[서울=뉴시스] 강수윤 기자 = 일본 증시가 3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원·엔 환율이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환율 효과를 누리려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역대금 엔저현상이 이어지면서 엔화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 달부터 이달 16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TIGER 일본 엔선물 ETF’를 337억원 어치 순매수했다.
지난 16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엔화엔선물’ ETF 거래대금은 57억5175만원에 달했다. 이달 들어 16일까지 엔화 ETF 거래대금은 305억원으로, 지난달 전체 거래대금인 175억원을 넘어섰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8일 서울 명동 거리에서 외국인이 환전소 앞을 지나가고 있다. 올해 4월 말 100엔당 1000원 안팎이던 원·엔 환율은 현재 900엔대 초반으로, 2015년 6월(최저 100엔=880원) 이후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2023.06.18. photocdj@newsis.com |
TIGER 엔화엔선물 ETF는 국내에서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다. 거래소에서 발표되는 ‘엔선물지수’를 기초지수로 추종한다. 투자자들은 위탁증거금이나 별도의 파생계좌없이 엔선물에 투자하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지난 16일 기준 종가는 8810원이다. 이 ETF 주가가 9000원을 밑돈 것은 2018년 4월 상장 이후 처음이다.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 매매가 수월하고 운용 보수도 연 0.25% 수준이다. ETF는 선물과 달리 만기가 존재하지 않아 투자자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롤오버(Roll-over)의 불편함이 없다. 단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일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개인투자자를 일컫는 ‘일학개미’도 늘어났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달부터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을 5293만600달러를 순매수했다. 일학개미가 가장 많이 투자한 종목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자회사 Global X Japan(글로벌엑스 재팬)의 일본 반도체 ETF로 총 순매수 규모는 2967만 달러에 달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가) 현재 가격 부담은 있지만 이익 추정치 강세를 고려할 때 밸류에이션은 여전히 접근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ETF에서도 자금 유입이 확인되며 특히 엔저 현상으로 최근 헷지형 ETF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엔화 가치가 수년 만에 최저 수준인 만큼 앞으로 엔화 가치가 오를 때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원·엔 재정환율은 하나은행 고시 기준 100엔당 903.82원으로 마감했다. 원·엔 환율은 100엔당 900원선 아래로 떨어졌던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특히 일본 ETF는 최소 100주 단위로 매수해야 하는 일본 주식에 비해 ‘소액 매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이다. 일본에 상장된 ETF의 경우 1~10주 단위로 순매수가 가능하고 국내 증시에 상장된 일본 ETF는 1주 단위로도 매수할 수 있다.
일본 중앙은행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하면서 엔저 현상과 이에 따른 엔테크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기 급상승과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채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일본 주식은 ‘버블 붕괴’ 이후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는 상황이라 이익 확정이나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기 쉬운 상황”이라며 “장대음봉(고점을 나타내는 신호)이 나타날 때까지 단기 급상승 및 변동성 확대를 경계할 필요가 있으나, 일본 주식에 대한 중장기 입장은 유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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