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전거래일 장중 897.49원 8년만에 기록
전문가들 “현 수준서 등락”…반등 시기는 엇갈려
[서울=뉴시스] 한재혁 기자 = 최근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려 원·엔 환율이 장중 800원대에 들어서는 등 8년만에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현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단기적으로 하락시 890원까지 밀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외환시장에서 원·엔 환율은 전거래일인 18일 오전 장중 100엔당 897.4원까지 저점을 낮춰 800원대를 기록했다. 원·엔 환율이 900원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 2015년 6월 이후 약 8년 만이다.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19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원·엔 매매기준율이 100엔당 897.49원을 기록하고 있다. 2023.06.19. myjs@newsis.com |
엔·원 환율이 연일 하락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 중앙은행(BOJ)의 통화 완화 기조 유지와 경기 반등 기대감 등으로 나타난 원화 강세가 엇갈린 게 원인으로 해석된다. 앞서 BOJ는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열린 통화정책 회의 이후 단기금리는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금리 허용 변동 폭은 ±0.5%로 유지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양양현 한국은행 국제총괄팀장은 “원·엔 환율 하락 배경에는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맞물린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원화의 경우 반도체 수급 개선과 외국인 자금 유입 등으로 강세를 보인 반면 엔화는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강화됐었던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되돌려지는 양상과 엔화 자체의 펜더먼털이 약화된 면도 있다”고 밝혔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도 “현재 원·엔 환율이 낮아진 데에는 최근 BOJ가 금리를 동결하면서 물가 하방압력이 존재한다고 발언해 통화정책 선회 가능성 역시 높지 않다고 해석된 것이 원인으로 작용했다”며 “반면 원화는 무역수지나 경상수지 등 경기 반등에 대한 기대가 유입됐으며 특히 반도체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반영돼 이 두 요소가 엇갈렸다”고 말했다.
엔화의 단기적 전망과 관련해선 “단기간 내엔 엔화가 현 수준에서 유의미하게 약세를 보일 것은 어려워 보인다”며 “원화는 추가적인 강세를 보일 여지가 있지만, 이마저도 아직 노이즈가 있는 국면이기 때문에 미국의 기준금리 행방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엔화 예금 잔액도 이달 들어 15일까지 1131억엔 늘어나는 등 ‘환테크’도 늘어난 가운데 원·엔 환율의 저점과 전망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늘었다. 전문가들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00원을 기록한 현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반등시기에 대해서는 다음달부터 연말까지로 견해 차이를 보였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BOJ가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유지하는 반면, 미 연준은 (기준금리) 동결을 하면서도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둬 미일 금리차가 확대된 것이 영향을 미쳤다”며 “엔화 약세 기조는 현재 하락세를 키우거나 유지하기 보다는 3분기까지 현수준에서 등락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은 “최근 미 국채 거래에서 달러를 사고 엔화를 파는 등의 거래가 주를 이뤄 미 국채 금리 하락과 엔화의 자체적인 약세가 동시에 나타났다”며 “하단의 경우 900원이 저점으로 예상되지만 890원까지 하락할 추가적인 가능성 역시 존재한다”며 “중기적으로는 현재 레벨을 유지하는 기간은 한 달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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