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아인 기자] 가상자산 해외금융계좌를 국세청에 신고할 때 더 큰 금액으로 과대신고해야 좋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나중에 세금을 낼 때 차액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정말 그럴까?
가상자산 전문 권인욱 세무사 얘기는 달랐다. 오히려 보수적으로 신고하는 걸 추천했다.
블록미디어는 신고 대상과 신고 방법에 이어 구체적인 절세 전략을 정리했다.
Q. 과소 신고보다 과대 신고를 하는 게 더 낫다는 소문이 있다.
바이낸스의 경우 월말 잔고 증명서를 제공한다. 매월 잔액을 산출할 수 있다. 그러나 월말 기준 가상자산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다른 거래소를 사용할 경우 금액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다.
그래서 2022년도 매월 말 잔액을 가지고 역추적한다. 매수와 매도 내역과 입출금 내역을 역산하는 과정에서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 발생한 오차 범위 중 제일 큰 값을 신고해야 한다는 뜻으로 보인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는 거주자 및 내국법인이 보유한 모든 해외금융계좌 잔액을 합산한 금액이 지난 해 매월 말일을 기준으로 어느 하루라도 5억 원을 초과한 경우 그 계좌정보를 오는 6월 30일까지 납세지 관할 세무서장에게 신고하는 제도다. 편집자 주.)
Q. 만약 현시점 가상자산을 10억 원 보유하고 있을 경우, 11억 원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하는 건 어떨까?
납세자 입장에선 11억 원을 신고할 경우 11억 원이 모두 인정이 된다고 생각해 과대 신고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 같다. 금액을 일정 수준 이상 과대 신고할 경우 세무서에서 출처를 물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까지 세무서에서 해외금융계좌를 신고한 사실 자체만으로 별도로 연락을 취해 자금 출처를 묻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 있다.
예를 들어 내 자산보유액이 17억 원이나 18억 원일 때, 20억 원으로 신고했고 하자. 세무서에서 이를 확인 후 금액을 부풀려 신고한 이유에 대해 질문한다고 가정해보겠다.
만약 세무서에 “구체적인 이유 없이 신고 과정에서 증대됐다”라고 답변할 경우, 납세자가 제출한 자료의 신빙성과 납세자의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다. 탈루 혐의는 없는지 등 다른 자료들도 깐깐하게 볼 가능성이 생긴다. 물론 과대신고 한 것에 대한 가산세는 없다(미신고, 과소신고 가산세만 존재).
그렇기 때문에 증빙이 가능하다면, 확실한 금액으로 신고하는 것이 나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아무 증거 없이 부풀려 신고하기 보다 약간의 오차가 있는 경우 오차범위 중에서 가장 큰 금액 정도로 신고해도 될 듯하다. 대신 오차를 합리적으로 계산할 만한 계산 근거가 필요하다.
Q. 매달 말일 기준으로 자산 보유액을 추산한다. 밈코인의 경우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가격의 변동폭이 커도 계산은 가능하다. 가상자산의 개수만 산정 가능하면, 가격은 해당 거래소의 월말 종가 시세 등을 적용하여 산정하면 된다.
지갑 사이트에 보관하는 경우 코인마켓캡에서 시세를 조회하여 산정할 수 있다.
Q. 가상자산 신고에 대한 여러 추측이 도는 이유가 국세청의 목적을 모르기 때문인 것 같다.
이번 신고 목적은 해외 역외 탈세를 사전에 억제하기 위해서다.
개인의 가상자산 양도세의 경우도 2022년부터 부과하려 했으나 2025년으로 미뤄졌다. 그러나 해외계좌 신고는 연기되지 않고 2022년부터 실행됐다.
개인의 경우 과세를 위해 해외금융계좌신고를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적다. 하지만 법인의 경우에는 다르다.
법인의 경우, 2022년부터 과세기간 종료일의 시세로 평가하여 가상자산을 손익에 반영 해야 한다.
명의는 개인이지만, 법인의 사업 용도로 지갑(거래소 계정)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명의자(개인)와 실질 소유자(법인)가 모두 해외금융계좌 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법인은 해외금융계좌신고 내역과 회계, 세무신고와 일치해야 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미국·프랑스·일본 등 주요 선진국은 해외탈루세원의 회복과 해외유출자본의 회수·유입을 위해 해외금융계좌 등 역외자산의 신고제도를 시행 중이다. 우리나라도 국내자본의 불법적인 해외유출과 역외소득탈루를 사전에 억제하고자 해외금융계좌 신고제도를 도입하여 2011년부터 시행 중이다. 올해부터 가상자산도 이에 포함됐다. 편집자 주.)
Q. 현재 신고 과정에서 지갑 주소를 증명할 필요가 없다. 이 경우 탈세를 추적할 수 없고, 개인의 양심에 맡기는 것이 아닌가?
맞다. 해외금융계좌 신고제에 가상자산이 이번에 처음 도입됐다. 전산 신고 과정에서 제도를 완벽히 따라가지 못해 아쉬움이 있으나, 점점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나중에 세무조사를 했을 때 2022년 당시 해외 보유 금액을 신고하지 않았다면 과태료를 부가할 수 있다.
지금 신고함으로써 세무조사의 기본 자료가 될 수 있어 향후 이 자료를 참고자료에 쓸 수 있다. 현재 기준 지갑 주소를 신고해도 이를 바로 추적하지 않고 위 용도로만 사용할 듯하다.
지갑 주소를 추적하기 보다 개인의 해외 가상자산 계좌 규모를 파악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걸로 보인다.
Q. 파산한 FTX 거래소에 자산이 묶인 경우, 실상 없는 자산이다. 이 경우에도 신고를 해야 한다.
파산한 FTX 거래소 거래 내역을 얻을 수 없어서 신고를 못하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원칙적으로 신고는 해야 한다.
증빙이 없으면 신고를 안해도 된다고 가정했을 때, 증빙이 사라졌다고 거짓말하는 납세자들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국세청 입장에서도 FTX 거래 내역을 얻을 수 없다. 조사 과정에서 FTX 거래소로부터 입금 받은 타지갑 내역을 발견하지 못했다면, 과태료가 물릴 가능성이 희박할 것 같다.
Q. 개인적으로 생성한 지갑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 경우 탈세는 막을 수 없다.
해외 지갑 사업자를 통한 지갑이면 신고해야 한다. 다만 해외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 개인이 스스로 개인 지갑을 생성하는 경우는 신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런 지갑은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대상도 아니고, 해외금융계좌신고 대상도 아니기에 탈세가 발생할 수 있다.
Q. 이번 신고 대상에 NFT는 없다.
가상자산의 잔액에 거래소 등의 시세를 곱해서 원화로 환산해야 한다. 하지만 NFT는 가치를 명확히 추산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공시된 가격이 없어 환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거래소 등이 공시해야 하는 가상자산의 범위에 NFT가 제외되어 있다. 유럽연합이 제정한 가상자산 단독 입법안 미카(MiCA)가 지정한 범위에도 NFT가 제외되어 있다.
현재 NFT를 가상자산으로 볼 가능성은 낮으며, 미술품이나 창작물로 해석 중이다.
Q. 우선 보수적으로 신고하는 게 좋을까?
우리는 보수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라고 말씀드린다. 해외금융계좌신고 몇 년 뒤 세무조사가 진행될 때 공무원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증빙을 찾을 수 없는 해외 지갑의 잔액을 어떻게 산출할지, 해외금융계좌신고 미신고 대상인 개인 생성 지갑, NFT 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납세자가 생각한 것과 다르게 과태료가 발생할 수 있다. 국세청이 일단 세금을 때리고, 억울하면 절차에 따라 소명하라는 식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20년 국세청은 외국인(비거주자) 암호호폐 거래차익의 22%에 대해 원천징수를 하지 않았다며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가산세와 함께 거액의 세금을 내도록 했다. 다만 추후 불복을 통해 가산세는 취소됐다.
이는 소득세법 제119조 제12호(국내원천 기타소득)에 의한 것이다. 국내 자산을 양도함으로써 생긴 소득으로 보아, 거래차익의 22%(지방세 포함)의 세금이 적용됐다.
개인의 가상자산 투자소득에 대해서는 2025년 이후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그러나 국세청은 비거주자의 경우에는 기존 세법에 있는 조항으로 2025년 이전에도 원천징수해야 한다는 이유로 과세를 주장했다. 이 때문에 거래소와 국세청간 다툼이 있었다.
세법을 해석할 때는 확신이 아니라 보수적으로 모든 가능성을 말씀드려야 한다. 가상자산이 포함된 세금신고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납세자에게 혼란을 줄 수 있는 해석을 줄이기 위한 국세청의 노력이 필요하다. 여러 사례를 들어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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