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가 암호화폐의 법적 가치를 인정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던 비트코인 몰수 사건 항소심이 오는 30일로 다가왔다.
비트코인이 법적으로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 객관적 가치 산정은 가능한지 등에 대해 법원이 판단을 앞두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수원지법은 지난해 9월 1심 재판에서 “비트코인은 몰수 대상이 아니다”고 판결했다.
불법 음란물 사이트 운영 혐의(아동청소년성보호법 위반)로 재판에 남겨진 안 모 씨(34)는 2013년 12월부터 4년 가까이 미국에 서버를 둔 불법 음란 사이트(AVSNOOP.club)를 운영하면서 회원 121만여 명을 모집해 음란물 46만여 건을 올리고 사이트 이용료 명목으로 19억 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범죄수익 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범죄수익 등의 몰수)는 범죄수익이나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등을 몰수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기존 사례에서는 자동차나 현금 등 그 재산의 성질 등으로 인해 몰수가 적절하지 않다고 인정될 때에는 몰수 대신 가액을 추징하도록 하고 있다. 범죄수익을 계좌로 받은 돈은 기존 재산과 섞여 몰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그 가액을 추징해왔다.
이 사건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검찰이 비트코인을 범죄수익으로 판단하고 몰수했기 때문이다. 만약 항소심 재판부가 암호화폐 몰수를 결정하면 사법부가 암호화폐의 법적 가치를 인정한 첫 번째 사례가 된다.
당시 검찰은 안 씨가 벌어들인 수익 19억 원 중 현금 14억여 원을 추징하고 216비트코인은 몰수했다.
수도권의 한 판사는 “몰수한다면 전자파일 형태를 몰수한 첫 사례로 기록된다”며 “다만 판결이 어떻게 나오더라도 가상화폐를 화폐로 인정한다거나 가상화폐의 지위를 정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2017 국정감사 경찰청에 제출된 비트코인 관련 주요 범죄 사례(자료=송희경 의원실) |
◆ 절치부심 검찰…’비트코인 범죄수익 추징 몰수’ 이번엔 다를까?
지난해 법원이 비트코인의 몰수를 기각하자 검찰은 자체적으로 검찰 일선 수사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대응 방안 및 매뉴얼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 사이버범죄연구회는 10일 서울 서초동 디지털포렌식센터(DFC)에서 ‘비트코인 기술 개요와 활용 현황’ 세미나를 열었다. 대검 과학수사부 등 관련 부서 소속 검사와 수사관은 물론 실무 직원들까지 다양하게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세미나에서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개요를 설명하고 해킹이나 사기 등 수사기법을 공유하는 내용을 다뤘다. 암호화폐를 추적하는 수사 기법과 범죄수익으로 활용될 경우 몰수나 추징이 가능한지에 관해서도 정보를 공유했다.
검찰은 최근 보이스피싱을 활용한 비트코인 송금 피해, 암호화폐 신종 환치기 등 암호화폐 범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4월 대검 사이버수사과는 올해 4월 ‘범죄 이용 비트코인 거래 추적을 위한 기반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대검 관계자는 “비트코인 관련 범죄가 늘고 있는 만큼 현재 국내에서 마련한 자체적인 분석 틀 외에도 해외 성공 사례 등 다양한 기법의 자료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송희경 의원(자유한국당)은 “현행법상 가상화폐 비트코인에 대한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어 이와 관련한 단속과 규제가 구조적으로 느슨하다”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 특성상 거래 익명성이 보장되고 자금의 추적이 어려워 범죄자와 해커들이 거래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며 “방송통신위원회와 경찰청은 상호 협조해 비트코인 관련 범죄 특별 수사 기간을 신속하게 지정하고 비트코인을 악용한 범죄 단속에 총력을 기울여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