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부동산 폭락장에 빚 눈덩이
#작년 전체 취약차주 126만명 중 30대 이하가 46만명
#지난해 회생 신청자 중 20대 비중 15.2% 차지
#엇갈리는 대안…정부 직접 나서야 vs 시장원리 맡겨야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유행처럼 번졌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과 ‘빚투(빚내서 투자)’의 어두운 그림자가 2030세대에 드리워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인 처방으로 청년층의 일자리를 확보해 안정으로 수입을 늘려야 한다고 제언한다. 다만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부채 탕감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의견과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다중채무자 141만명…이자 갚느라 돌려막기 대출 늘어
24일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30대 이하 다중채무자 수는 141만9000명으로 이들의 대출잔액은 157조4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다중 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은 이를 뜻한다.
다중채무자 수는 지난해만 6만5000명이 늘었지만, 대출 잔액은 1년 전과 비교해 2000억원이 증가한데 그쳤다. 의원실은 기존 채무 변제와 이자 지급을 위한 신규대출이 늘어난 영향으로 보고 있다. 빚을 갚기 위해 또 다른 빚을 내고 있다는 얘기다.
다중채무자이면서 7~10등급 저신용자나 하위 30% 소득을 올리는 취약차주도 청년층에서 두드러졌다. 작년말 기준 가계 취약차주 대출규모는 93조9000억원으로 1년 새 1조1000억원이 증가했다.
취약차주는 126만명으로 집계됐는데 지난해 6만명이 늘었다. 이중 30대 이하 취약차주는 46만명으로 전체의 36.5%를 차지한다. 지난해 30대 이하 취약차주는 4만명이 증가해 최근 5년간 가장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최근 내놓은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서도 청년 취약차주의 증가세가 확인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말과 비교해 작년말 취약차주 대출은 32.5% 늘었는데. 20~30대 증가폭은 무려 51.6%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진선미 의원실 관계자는 “빚 돌려막기식 대출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고금리에 취약차주 대출과 연체가 늘면서 이자 부담이 크게 높아질 우려가 높다”고 말했다.
영끌·빚투 나섰지만…고금리에 ‘직격탄’
청년들이 여러 금융기관으로부터 채무에 허덕이게 된 배경으로는 너도나도 위험도나 높은 가상화폐나 주식 투자, 무리한 부동산 캡투자에 나섰지만, 최근 폭락장에 막대한 빚을 짊어지게 된 점이 꼽힌다.
이들은 가뜩이나 학자금 대출과 주거비, 외식 부담으로 씀씀이가 높아진 상황에서 투자 실패에 이자를 갚기 위한 또 다른 대출로 내몰려야만 했다. 고금리도 기름을 부었다. 2020년 5월만 해도 0.5%던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3년 후 3.5%로 치솟았다.
신용도나 담보가 충분하지 않은 청년들은 1금융권 대출도 쉽지 않아, 상대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은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이나 불법 사채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했고, 돌려막기로 빚을 감당하지 못해 회생이나 파산으로 내몰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법원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개인회생을 신청한 인원은 4만9655명으로 5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신청 인원(8만9965명)의 55%를 이미 넘어섰다. 회생은 일정 소득이 있는데도 빚을 변제하지 못하는 경우 신청하는 제도다.
회생 신청자 중에서는 20대 비중도 상당하다. 서울회생법원의 ‘2022년 개인회생 사건 통계 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회생 신청자 중 20대 비중은 2020년 10.7%, 2021년 14.1%, 지난해 15.2%로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리한 투자와 대출이 문제였다”며 “일자리 부족으로 인해 소득이 낮은 청년들이 빚을 갚지 못해 고금리의 불법 사채까지 내몰리는 등 영끌·빚투의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부채경감 나서야 vs 시장원리에 맡겨야
젊은층이 빚에 허덕이는 상황은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연체가 쌓이게 되면 정상적인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고, 회생 및 파산으로 경제 활동이 크게 위축돼 사회에서 낙오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2030 세대의 경제 활동이 제약되면서 결혼 기피와 저출산을 비롯해 세대갈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대안으로는 청년들의 일자리 확보 정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들의 신규 노동시장 진입이 경직적이다 보니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받을 수 밖에 없었다”면서 “근본적으로는 일자리나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정부가 적극 부채 경감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대출 만기일을 연장해 주거나 정책 자금 등으로 청년들이 사채시장에 내몰리지 않게 지원하고, 장기적으로는 청년들의 취업률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채무조정 및 개인회생·파산 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부실채권이 일시에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고정금리대출 비중 확대를 유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개인의 채무를 회생이나 파산을 통해 국가 세금으로 구제한다는 것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특히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에 소극적이었던 20대 여성이나 노년층의 박탈감이나 불만이 크다. 빚 부담을 타인에게 떠넘기는 이른바 ‘도덕적 해이’ 논란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스스로 판단 아래 이뤄진 개인 채무며, 대출 기관이 대출자의 신용도를 파악해 이뤄진 사인간의 거래를 정부가 대신 갚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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