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 사기 저하…우크라군에는 기회
[서울=뉴시스] 권성근 기자 =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를 향하던 용병기업 바그너 그룹 수장의 무장 반란이 하루 만에 마무리된 가운데 앞으로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지위를 뒤흔든 바그너 그룹의 반란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대통령의 중재로 25일(현지시간) 종료 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모스크바에 발령된 비상사태는 유지되고 있다.
[모스크바=AP/뉴시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예브게니 프리고진 바그너 그룹 수장의 무장 반란 후 모스크바에서 대국민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무장반란은 러시아의 미래에 있어 가장 힘든 싸움”이라면서 무장반란은 러시아에 대한 배신이라고 비난한 뒤 “러시아와 국민들과 수호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2023.06.24. |
◆푸틴은 무엇을 할 것인가
푸틴 대통령은 놀랍게도 지난 24시간 동안 20여년 전 집권한 이래 자신의 권위에 대한 가장 큰 도전을 받았다. 당장의 리스크는 억제된 것처럼 보이지만,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강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심하게 멍든 것으로 비춰진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4일 바그너 그룹 무장 반란 후 가진 긴급 대국민 연설에서 조직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이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바그너 그룹의 행동에 대해 “배신과 ‘반역”이라고 비난했다.
러시아 대통령은 그 이후로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는 25일 방영된 사전 녹화한 국영 로시야 TV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진전에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모스크바에 비상사태가 유효한 상태이지만, 푸틴 대통령이 현재 러시아에 있는지조차 불투명하다.
일부에서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 내부의 비협조적인 인사들에 대해 철퇴를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유럽의회 의원인 라데크 시코르스키 전 폴란드 외무장관은 “그는 사태에 동요하는 인사들을 숙청할 것”이라며 “정권이 더 권위적이고 동시에 더 잔인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고진의 운명
반란의 배후인 프리고진은 이제 자유의 몸이 됐다. 그는 러시아 군 수뇌부를 무너뜨리려고 시도했지만, 그에 대한 반란 혐의는 모두 취하됐다.
출고일자 2023.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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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 거리에서 한 주민이 차량에 탑승 중인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과 셀카를 찍고 있다. 프리고진은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그의 군대를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2023.06.25. |
앞서 프리고진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 등 군 수뇌부가 자신들의 후방 캠프를 미사일로 공격했다면서 이들의 처벌을 요구하며 반란을 일으켰다.
프리고진은 지난 24일 러시아 남부 도시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즈 지역을 접수한 뒤 북진을 계속해 모스크바에서 200㎞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으나, 막판에 벨라루스가 중재에 나서면서 반란을 중단했다.
전문가들은 프리고진이 이번 반란으로 조용히 사라질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
프리고진은 러시아가 2014년 크름 반도를 합병한 이후 우크라이나와 시리아에서 싸우는 등 크렘린궁을 위해 더러운 일들을 해왔다.
관찰자들은 프리고진이 실제로 민스크에 간다면 협상을 중재한 벨라루스의 지도자 루카셴코 대통령이 얼마만큼 프리고진을 통제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바그너 그룹이 루카셴코 대통령의 명을 따를 경우 러시아나 벨라루스, 우크라이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바그너 그룹은 어떻게 될까
이번 반란이 일어나기 전 수만 명의 바그너 용병들은 푸틴 대통령의 침공 결정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바그너의 독립 군대로서의 시대는 이미 끝나가고 있었다.
프리고진과 그의 병력은 러시아 국방부로 자신들을 흡수하려는 압력에 저항해 왔으며 러시아 군 수뇌부와의 긴 불화는 반란의 핵심 요소로 간주된다.
그러나 무장 반란이 단 기간에 종료되고 프리고진이 사실상 망명길에 오르면서 앞으로 용병들이 무엇을 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반란에 연루된 용병들에 대한 기소는 취하될 것으로 보인다. 용병들은 그들이 장악했던 러시아 남서부 로스토프나도누와 보로네즈 지역을 차례로 떠나는 장면이 목격됐다.
출고일자 2023.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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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토프나도누=AP/뉴시스] 24일(현지시각) 러시아 로스토프나도누에서 바그너 용병 그룹 병사들이 전차를 트럭에 실으며 이곳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다. 바그너 그룹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모스크바로 향하던 병력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라고 밝혔으며 러시아는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떠나는 조건으로 그와 그의 군대를 처벌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2023.06.25. |
그러나 용병들이 단순히 러시아에 협력하고 러시아 정규군에 통합될 것인지, 러시아 정규군은 그들과 함께 복무할 의시가 있는지 불분명하다.
용병들은 러시아 국영 언론이 보도한 것처럼 우크라이나 분쟁 지역으로 돌아갈 수 있다. 일부 분석가들은 프리고진이 벨라루스로 망명하면 그를 따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크라전에 미칠 영향
바그너 그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고, 우크라이나 동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바흐무트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러시아는 이번 반란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주둔 러시아 군인들은 자국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들었을 것이고 이는 군인들의 사기를 꺾을 수 있다.
러시아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고, 우크라이나 군사 지도자들은 러시아 국경 지역의 불안정한 상황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 군대는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기 위해 반격에 나섰고, 그들은 러시아의 혼란이 자신들에게 ‘기회의 창’이 된다고 생각한다.
빌 테일러 전 우크라이나 주재 미국 대사는 BBC에 “우크라이나군은 바그너의 갑작스러운 반란으로 드러난 러시아의 전술적 약점을 이용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ks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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