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이후 15개월 연속 무역적자
반도체·대중(對中) 수출 감소 주요 원인
전문가 “무역적자보다 수출 회복이 관건”
“불확실성 해소·중국수요 회복 선행돼야”
[세종=뉴스핌] 이태성 기자 = 지난 1월 이후 무역적자 폭이 꾸준히 감소하며 상반기 저조했던 경기가 하반기 고조될 것이라는 ‘상저하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흑자전환은 시간 문제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외 불확실성 감소, 중국 수요 회복 등이 뒷받침 돼야 수출 플러스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반도체·중국 수출 부진에 상반기 무역적자 고전
지난 상반기 내내 수출 감소세는 여전했다. 지난해 10월 월별 수출 증감률이 -5.8%를 기록하며 감소세로 전환한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수출이 줄고 었다.
상반기 수출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IT업황 부진으로 인한 반도체 수출 감소와 ‘제로 코로나’ 정책 도입으로 인한 대중(對中) 수출 감소가 꼽힌다.
지난해 수출의 약 19%를 차지하던 반도체 수출은 메모리 반도체 수요 둔화 등에 따른 제품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반도체 수출은 지난해 8월 109억5900만달러(-6.8%)를 기록하며 감소 전환했는데 이후 지난달까지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중 수출은 지난해 6월 이후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대였던 감소폭이 지난 1월 -30%대를 돌파했다. 지난 3월에는 -33.1%로 수출 감소폭이 정점을 찍기도 했다.
이 같은 수출 감소 요인에 더해 에너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수입 증가 요인이 더해져 무역 수지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는 분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상반기 반도체 침체가 심했는데 그나마 자동차 상황이 좋아서 수출 감소를 줄여줬다”며 “상반기 무역 적자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고 평가했다.
아직 6월 자료가 발표되기 전이지만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무역수지는 293억달러 적자일 것으로 전망된다.
◆ “무역흑자 전환은 시간문제…수출 증가는 글쎄”
정부는 현재 무역수지 흑자 전환 시기를 9~10월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 무역적자가 -125억30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이후 지난달까지 4개월 연속 감소폭이 줄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분위기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시장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산업경기 전문가 서베이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조업의 7월 수출 전망 PSI(전문가 서베이 지수)는 111로 나타났다.
지수 100을 기준으로 200에 가까울 수록 전월 대비 개선된다는 의미인데, 지난 4월 현황이 100으로 나타난 이후 5월에는 109, 6월에는 107로 나타나는 등 긍정적인 신호를 보이고 있다.
세부 업종별 7월 업황 전망을 살펴 보면 반도체가 119로 가장 긍정적인 기대감이 컸다. 다음으로 디스플레이(114), 휴대폰(113), 철강(108)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무역협회가 연간 수출실적 50만달러 이상 회원사 2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도 108.7로 나타나며 6분기 만에 기준선 100을 상회했다.
다만 이런 긍정적인 분위기가 수출 감소폭 완화를 넘어서 수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선이 크다.
산업연구원의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국내 13대 주력산업 중 ▲조선 ▲철강 ▲이차전지 등은 하반기 수출 증가가 예상되지만 ▲정유 ▲정보통신기기 ▲반도체 등은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무역흑자 전환은 늦어도 3~4개월 안에는 가능할 것”이라며 “무역수지보다도 수출 회복이 문제인데, 중국 수요가 살아난다는 느낌이 아직 없어서 하반기 수출도 고전하지 않을까 추측한다”고 분석했다.
홍성욱 산업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하기 위해선 우선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야 한다”며 “서비스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조업 수출이 늘면 성장활력이 생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