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가상자산법이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고객자산 보호 및 불공정거래 규정과 처벌에 중점을 뒀다. 특히 그간 업계 발전 저해 요소로 지적 받았던 ‘규제 공백’이 채워짐에 따라 시장이 보다 건전하게 성장할 거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여야는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최종 의결했다.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이후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처음으로 마련된 것이다. 이번 법안은 본회의 통과 시점 1년 뒤부터 시행된다.
법안은 우선 가상자산 의미를 명백히 규정했다. 가상자산을 ‘경제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써 전자적으로 거래 또는 이전될 수 있는 전자적 증표’로 정의한 것이다. 중앙은행디지털화폐(CBDC) 등은 가상자산에서 제외했다. 증권 성격의 가상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시장법을 우선 적용한다.
다음으로 이용자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 사업자가 준수해야 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법안에 따르면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상자산 매매·중개 등과 관련하여 이용자로부터 예치받은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예치 또는 신탁하여 관리하여야 한다. 또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자기소유 가상자산과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아울러 이용자가 위탁한 동일한 종류·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하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 이상은 인터넷과 분리하여 콜드월렛에 보관하여야 한다. 콜드월렛은 온라인에 연결되지 않은 오프라인 상태의 가상자산 지갑이다.
또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자본시장과 유사하게 규정했다. 구체적으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 등을 금지하고, 불공정거래 위험성이 높은 ▲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를 제한했다. 아울러 가상자산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임의적으로 입출금을 차단할 수 없도록 하였다. 또한 가상자산 사업자는 가격·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변동하는 거래 등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 불공정 거래 행위 의심사항 발견시 지체없이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보고하여야 한다. 이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 뿐 아니라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법안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검사 및 조치 권한도 명확히 했다.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해서는 1년 이상 징역(자기발행 가상자산 거래 제한 위반의 경우에는 10년 이하 징역) 또는 부당이득의 3배 이상 5배 이하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특히 불공정 거래 행위를 통해 취득한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이 추징된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가상자산 사업자에 대한 자료요구권을 갖게 됐다. 가상자산은 통화가 아니지만 통화 및 금융안정 정책 수립에 필요할 것이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그간 업계의 발목을 잡은 규제 공백이 드디어 해소됐다”며 “이번 법안 통과로 투자자 피해를 더욱 방지하고 시장이 보다 건강하게 발전할 기회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국회 관계자 B씨는 “가상자산법 통과가 시장 발전으로 이어지도록 업계 목소리를 지속해서 반영할 계획”이라며 “법안 통과 이후 시행까지 1년이 남은 상황이다. 이 기간 동안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살필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법안 통과 시점 또한 주목 받는다. 당초 업계와 정치계가 예상한 통과 시점인 9월보다 빠르게 마련됐기 때문이다. 지난 5월 김남국 코인 논란에 이어 최근 권도형 체포 소식과 주가조작 처벌 강화법 등이 법안 처리 속도를 높였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국회 관계자 C씨는 “가상자산법이 속도를 낸 배경은 김남국 의원 코인 논란과 더불어 권도형 체포소식이 결정적이었다”며 “최근 권도형이 체포되면서 테라·루나 사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 시장에 큰 피해를 입힌 자에게 처벌을 강화한다는 법안과 묶여 가상자산법도 빠르게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며 “자본시장과 가상자산 시장 양대 투자자들을 함께 보호하려는 의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가상자산법과 함께 본회의를 통과한 ‘주가조작 처벌 강화법’은 주가조작 등 증권 범죄를 저지른 자에게 부당이득의 2배의 과징금을 매기는 법안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jee0@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