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용훈특파원) 암호화폐가 기부문화에 소개된지 5년도 안돼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미국내 대표적인 자산단체인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 계열의 피델리티 자선기금(Fidelity Charitable)은 지난 한해 암호화폐를 통해 6900만달러의 기부금을 모았다.
피델리티 자선기금의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16년 암호화폐 기부금은 700만달러에 불과했지만 1년 사이 거의 10배로 성장한 것이다.
피델리티 자선기금이 암호화폐를 기부금으로 받기 시작한 것은 2015년 11월부터다. 2년 3개월 밖에 안된 짧은기간에 연 7천만달러 수준의 금액이 암호화폐로 기부됐다.
암호화페를 기부금으로 이용하자는 운동은 비영리단체인 비트기부(BitGive)가 2013년 비영리단체들로 하여금 비트코인을 기부금으로 받도록 지원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가 비영리단체 지원을 위한 자체 서비스 프로그램을 출범시키면서 힘을 얻었고, 여기에 맨 온어 미션컨설팅(Man on a Mission Consulting)과 같은 컨설팅 업체들이 기부금으로 암호화페가 수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본격화됐다.
맨 온어 미션컨설팅의 창업자인 폴 램은 “비트코인뿐 아니라 다른 암호화폐를 (기부금으로) 받고자하는 강력한 수요가 있다”며 “이런 움직임이 암호화폐에 더 넓은 옵션 메뉴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암호화폐 기부문화의 확산에는 피델리티 자선기금도 한 몫을 했다.
피델리티 자선기금은 암호화폐 수용 결정 이후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해 상반기에는 관련 홍보를 강화하는 것은 물론, 온라인으로도 기부를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동시에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SNS)를 통한 참여 및 홍보 노력을 경주했다. 또한 암호화폐와 같은 자산을 자본이득에 따른 소득세 부담없이 기부할 수 있는 플랫폼도 마련, 기부자들의 암호화폐 기부를 독려해 암호화폐가 기부문화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보여주 듯 피델리티 자선기금의 아미 피로졸로 부사장은 “암호화폐는 기부 문화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는 자산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체 기부금에서 암호화폐가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미미한 편이다. 실제로 지난해 피델리티 자선기금이 모금한 기부금 총액은 45억달러였으며, 이중 부동산이나 암호화폐 처럼 공개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자산(non-publicly traded assets)의 기부 총액이 10억달러에 달해 아직은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그렇지만 아주 짧은 기간에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암호화폐가 가져온 변화를 볼때 “기부문화에서도 생각보다 빨리 새로운 움직임을 이끌 수도 있지 않을까?”하고 기대를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