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예상 보다 크게 둔화된 것으로 발표된 뒤 미국 달러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다른 국가 통화 가치가 급등했다.
12일 오후 1시 16분 월스트리트저널(WSJ) 데이터 기준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지수는 100.57로 1.14% 하락했다. 이는 2022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도 14개월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가 하락하면서 달러 대비 다른 국가 통화 가치는 상승했다. 스위스 프랑은 2015년 이후 최고 수준으로 전진했고 유로와 일본 엔화도 각기 달러에 1% 넘게 올랐다.
달러 가치 하락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가까워졌다는 견해가 다시 힘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CIBC의 외환 전략 글로벌 헤드 비판 라이는 “미국의 CPI 하락은 연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착점에 가까워졌다는 견해에 더 많은 생명을 불어넣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비 4.8% 올라 2021년 말 이후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노무라 전략가 조단 로체스터는 “지금 주제는 디스인플레이션”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연준의 금리 인상 궤도와 관련해 “7월에 금리를 올리고 금리 인상을 끝낼 것이라는 생각이 월가에서 더 많은 신뢰를 얻게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ME 그룹 페드워치 프로그램에 따르면 연준이 7월 25일과 2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5.25% ~ 5.50%로 25bp 인상할 가능성은 94.9%로 조사됐다. 또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5.25% ~ 5.50%로 동결될 가능성은 80.5%로 집계됐다.
이는 연준의 7월 금리 인상이 이번 사이클의 마지막 금리 인상이 될 것으로 시장이 현재 전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날 미국 국채 수익률이 큰 폭 하락한 것도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상 종료 임박을 예상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국채 수익률 하락은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날 암호화폐 시장은 CPI 하락 소식에도 범위 내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