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 장도선 특파원] 미국의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가 확인된 가운데 비트코인이 전통시장 추세로부터 이틀째 소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미국의 6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예상보다 소폭 오른 것으로 발표된 뒤 뉴욕 증시는 최근의 상승흐름을 유지하고 있고 국채 수익률과 달러는 전날에 이어 추가 하락했다. 국채 수익률 하락은 안전자산인 국채 가격 상승을 의미한다.
이에 비해 13일 오전 현재 비트코인은 비록 낙폭은 제한됐지만 24시간 전 대비 하락했고 최근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태다. 전통자산과 비트코인의 이같은 서로 다른 흐름은 전날(12일) 예상을 밑도는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후 주목을 끌기 시작됐다.
증시와 채권 가격이 오르고 달러가 하락하는 것은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인상이 종착점에 가까워졌다는 투자자들의 전망을 반영한다. 연준이 7월 25일과 26일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25bp 추가로 올린 뒤 더 이상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힘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상승 모멘텀을 아직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일부에선 올해 80% 오른 비트코인의 추가 회복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G 오스트레일리아의 시장 분석가 토니 시카모어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 발표 후 거의 모든 자산 클래스에서 나타난 광범위한 위험 추구라는 관점에서 비트코인은 열외자였다”면서 “내가 볼 때 이는 좋은 신호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대략 200일 이동평균이 위치한 2만5000 달러 ~ 2만6000 달러 지대를 향해 후퇴할 가능성이 형성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과 뉴욕 증시의 상관관계가 최근 크게 약화됐다는 관점에서 비트코인이 미국의 인플레이션 데이터 발표 후 전통자산과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전혀 새로운 현상은 아니다. 비트코인과 나스닥100지수의 40일 상관관계는 2020년 이후 가장 심한 마이너스 상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비트코인과 높은 역상관관계를 보이는 달러지수가 인플레이션 데이터 발표 후 15개월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는데도 비트코인이 상승하지 못하는 것은 이변으로 간주된다.
비트코인이 현재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일부에선 미국 정부의 대규모 비트코인 매각 가능성을 하나의 이유로 지적한다. 전날 미국 정부 소유 지갑으로부터 3억 달러 넘는 비트코인의 이동 소식이 전해지면서 잠재적 매물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블룸버그에 의하면 디지털자산 거래소 인디펜던트 리저브의 트레이딩 헤드 존 토로는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이뤄진 금리 인상 이후 찾아오는 디스인플레이션 환경은 암호화폐를 포함한 위험자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미국 정부가 압수한 비트코인의 이동을 시사하는 자료는 – 일부 비트코인이 매각될 수 있다는 위험을 강조하면서 – 분위기에 타격을 가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정부 소유 비트코인 매각 우려가 현재 비트코인 상승을 저지하고 있다는 추측이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주식, 국채, 달러 움직임이 보여주듯 현재 거시적 움직임은 일단 비트코인에 나쁘지 않은 상황이다.
비트코인은 뉴욕 시간 13일 오전 11시 9분 코인마켓캡에서 24시간 전 대비 0.61% 내린 3만579 달러를 가리켰다. 같은 시간 나스닥지수는 0.74%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