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법원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대중들에게 팔린 리플(XRP)은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주장해 온 “대부분의 코인은 증권이다”는 논리가 일격을 당했다.
그러나 법원은 “(법인인) 리플(Ripple)이 기관 투자자들에게 XRP을 매각한 것은 증권법을 위반한 것”이라며 SEC의 손을 들어줬다.
증권 판별의 기준이 되는 호위(Howey) 테스트의 유효성도 인정했다.
3년을 끌어온 리플 소송의 1 단계는 사실상 리플(Ripple)의 승리로 끝났지만, SEC는 항소 가능성을 예고했다.
# 리플(XRP)과 리플(Ripple)
2012년 설립된 리플(Ripple 이하 리플사)은 14억 달러 상당의 리플(XRP 이하 리플 코인)을 증권법을 지키지 않고 매각한 혐의로 2020년 SEC에 제소 당했다.
뉴욕을 관할하는 미국 지역 판사 아날리사 토레스(US District Judge Analisa Torres in New York)는 13일(현지 시간) 이 사건을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눠 판결했다.
첫째, 리플사가 7억 달러 상당의 리플 코인을 기관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다.
둘째,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해 다수의 대중들이 리플코인을 매매하게 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 아니다.
셋째, 리플사의 리플 코인 기관 판매에 관여한 공동창업자 브래드 갈링하우스와 크리스 라센의 증권법 위반은 정식 재판에서 다룬다.
# 리플사 유죄 : 호위 테스트 유효
법원은 증권 판별 기준인 호위 테스트가 여전히 유효하다고 봤다.
기관 투자자들은 리플 코인 판매자가 리플사인 것을 알고 있었다. 리플사가 리플 코인의 가치를 끌어 올릴 것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이는 증권 판매에 해당한다.
호위 테스트의 요점은 “제3자(발행자, 일반 기업 등)의 노력으로 내가 미래에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하면 증권”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리플사가 기관 투자자들에게 7억 달러 상당의 리플 코인을 매각한 것은 증권법 위반이다.
# 리플 코인 무죄 : 호위 테스트 적용 안됨
법원은 그러나 디지털 자산 거래소에서 리플 코인을 산 사람들은 이 코인을 리플사로부터 사는 것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매도자가 리플사로 특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를 통한 투자자들은 리플 코인의 가치 상승을 위한 리플사의 노력에 의존적이지 않다.(Investors didn’t depend on Ripple’s efforts to drive the value of XRP)
따라서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팔린 나머지 7억 달러 상당의 리플 코인은 증권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 공개된 정보와 그렇지 않은 정보
법원은 “리플사가 만든 리플 코인에 대한 많은 정보들을 일반 투자자들이 분석할 수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심지어 법원은 SEC가 증거로 제시한 리플사의 리플 코인 가치 부양을 위한 정보들을 대중들은 볼 수도 없었다고 일갈했다.
다시 말해 리플사가 리플 코인을 팔면서 ‘배타적으로 기관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 것’은 증권 판매 행위에 해당한다.
반면 암호화폐 거래소를 통한 대부분의 개인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돈을 리플사에 투자하지 않았다. 리플 코인에 투자한 것이다.
# SEC, “법원의 리플사 증권법 위반 판결 환영” …항소 검토
“모든 코인은 증권”이라는 주장이 무너졌지만, SEC는 일부 승소를 환영한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SEC의 스콧 슈나이더 대변인은 “법원이 리플사에 의해 리플 토큰을 판매한 것이 투자 계약 증권이며 증권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슈나이더는 “법원은 호위 테스트가 암호화폐 매매를 분석하는 기준이라는 SEC의 주장에 동의했다”며 “법원 결정문을 리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갈링하우스, “우리는 올바른 법과 역사의 편이었다”
리플사의 공동 창업자 갈링하우스는 “소송전이 시작된 이후 우리는 올바른 법과 올바른 역사의 편이었다”며 소송에서 이겼다고 주장했다.
갈링하우스는 “오늘의 결정이 나올 수 있도록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다. 모든 것은 미국의 암호화폐 혁신을 위한 것이다. 더 많은 혁신이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We said in Dec 2020 that we were on the right side of the law, and will be on the right side of history. Thankful to everyone who helped us get to today’s decision – one that is for all crypto innovation in the US. More to come.
— Brad Garlinghouse (@bgarlinghouse) July 13, 2023
# 판결의 의미 : SEC의 사실상 완패
SEC 소속 변호사였던 법무법인 루이스 브리스보아는 “SEC가 일격을 당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암호화폐 커뮤니티는 개인 투자자들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거래소를 통해 판매되는 코인이 증권이 아니라는 판결에 주목한 것.
브리스보와 변호사는 “이 판결이 다른 법정에서 인용된다면, 특히 항소 법원에 적용된다면, SEC의 거래소에 대한 법 집행 범위는 축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이저 디지털 법무 담당자였던 데이브드 브릴은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분류할 것인가에 대한 분수령이 되는 판결이다. 코인베이스에 특히 좋은 징조다”고 말했다.
브릴은 “SEC는 코인베이스에서 판매된 코인을 미등록 증권이라고 했는데, 이 주장이 흔들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거래소 버텍스 프로토콜의 전 법무 담당자 제프 블로킹어는 “법원이 호위 테스트의 기술적 해석에 대해서는 SEC에 동의했지만, 호위 테스트를 모든 것에 적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제한을 뒀다. SEC가 조심해서 다뤄야할 판례가 나왔다”고 말했다.
# 남은 과제들
법원은 호위 테스를 증권 판별의 기준으로 인정하면서, 동시에 ‘상황에 따라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암호화폐를 규정하는 새로운 법의 출현을 예고하는 판결이다.
기존의 법 체계로도 코인을 규제할 수 있다는 개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정치적으로도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의회에는 이미 암호화폐를 위한 입법안이 제출돼 있다. 이 법의 골자는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의 기능 강화다.
SEC는 리플 판결에 대한 항소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번 판결에서 결정을 내리지 않은 갈링하우스, 라센에 대한 유무죄는 정식 재판에서 다뤄질 전망이다. SEC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지만, ‘자존심 회복’을 위해 두 사람에 대한 소송에 총력을 다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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