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미국 법원이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리플랩스(Ripple) 사이의 소송에서 양측에 각각 부분 승소 판결을 내렸다.
14일(현지 시간) 미국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이 판결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를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SEC의 일방적인 암호화폐 공격에 제동이 걸렸다며 리플 측의 사실상 승리라는 주장과 SEC의 대대적인 반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코인데스크 칼럼리스트 페터슨 번은 “법원의 판결은 과거 판례와도 배치된다”며 “항소심에서 리플랩스가 패할 것이다. 암호화폐를 합법화할 새 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칼럼 요약.
# 슈뢰딩거의 똥코인
기관 투자자들에게 팔려 나간 XRP은 증권이고, 이른바 프로그램 방식(Programmatic)으로 거래소를 통해 팔리거나, 임직원 보상으로 나간 XRP은 증권이 아니다?
XRP의 법적 상태가 양자역학에서 얘기하는 양자중첩이란 말인가? 그렇다면 리플 코인은 슈뢰딩거의 똥코인(Schrodinger’s Shitcoin)이다.
(박스 안에 고양이가 있다. 박스에는 독가스 배출 장치가 있다. 독가스가 언제 나올 지 모른다.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 박스를 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상태를 양자역학에서는 산 고양이와 죽은 고양이가 중첩(동시에 존재) 돼 있다고 설명한다. 양자역학의 ‘괴상함’을 비꼬기 위해 만든 사고 실험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고안했다.
칼럼 필자는 XRP이 어떤 경우에는 증권이고, 어떤 경우에는 증권이 아닌 것을 슈뢰딩거의 똥코인이라고 비유한 것이다. 이하 괄호 안은 편집자 주)
이번 판결은 매우 불만족스럽다. 증권이지만, 일단 팔리고 나면 증권 아님으로 바뀐다니? 그럴 수는 없지 않나.
# 텔레그램 판례…리플랩스, 항소심에서 질 것
거래소를 통해 팔린 XRP은 증권이 아니라는 이번 판결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것이다. 판사는 호위(Howey) 테스트를 명백하게 오해했다.
거래소에서 코인을 산 사람들이 리플랩스 사가 그 뒤에 있다는 사실을 정말 몰랐을까? XRP 뒤에는 항상 리플랩스가 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증권성을 판별하는 호위 테스트에 따르면 증권은 ‘프로모터 또는 제3자의 노력’을 전제로 한다. 리플랩스가 XRP의 프로모터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결국 거래소를 통해 산 XRP도 증권이라는 논리가 성립한다)
판례도 있다. 2020년 SEC는 텔레그램 메신저 앱과 그 블록체인 자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당시 케빈 카스텔 판사는 텔레그램 코인(TON)을 산 사람들의 수익 기대가 “중개자가 아닌 텔레그램의 본질적인 기업가적 노력, 경영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봤다.
(코인이 중개자를 통해 팔리건, 거래소를 통해 팔리건 판매 채널이나 루트는 호위 테스트와 무관하다는 뜻)
# 두 가지 길 : 1) 리플 사례 따라하면 위험 2) 새로운 법 만들어야
미국 암호화폐 시장 앞에는 두 가지 길이 있다.
2017년 당시 SEC 국장 빌 힌먼은 현명하지 못하게 “충분히 탈중앙화되면 증권이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그 바람에 수 천 건의 ICO가 있었고, 결국 미국 전역에서 소송이 벌어졌다. 이러한 전례를 답습해서는 안된다.
(힌먼 연설은 이번 리플 소송에서도 중요 이슈였다. SEC는 ICO라고 주장하는 코인 프로젝트들을 상대로 소송을 벌였고, 제재를 가했다. 리플 소송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첫째 경로는 이번 판결이 얘기하는 좁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프로그램 방식을 차용해서 거래소 판매와 임직원 보상 방식으로 코인을 멋대로 발행했다가는 SEC가 2~3년 내에 다시 대대적인 소송을 벌일 것이다. 이는 미국 경제, 투자자, 혁신에 더 광범위한 해를 끼치게 될 것이다.
이번 판결은 지방법원 판사 한 명이 내린 부분적인 약식 판결에 불과하다. SEC는 항소할 것이고, 판결 자체가 번복될 수 있으니,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둘째 경로는 의회가 법을 만드는 것이다. ‘슈뢰딩거의 똥코인’을 양산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영국처럼 암호화폐 정상화를 위한 법률을 통과시켜야 한다.
영국의 법안은 모든 토큰 거래에 명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한다. 적극적인 공시 체계도 요구한다.
SEC가 휘두르는 칼, 1933년 증권법의 규정을 폐지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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