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가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쏟아진 집중호우로 밥상 물가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원유 가격 인상과 흑해 곡물 협정 만료 등 물가 상승을 압박할 요인들이 산재한 상황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 기준 농작물 3만3004.9㏊가 침수됐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의 114배에 달한다. 이외에도 비닐하우스와 축사 등 농업시설 52.0㏊가 파손됐다. 농경지 유실·매몰도 450.7㏊에 달했으며 가축도 79만7000마리가 폐사했다.
장마철을 맞아 가격 상승세인 농산물은 역대급 집중호우에 따른 피해와 맞물려 가파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상(上)품 적상추 4㎏ 도매가격은 전달보다 219.7% 오른 6만580원으로 집계됐다. 적상추는 잎채소의 작황이 좋지 않았던 전년보다도 24.3% 올랐다. 같은 등급의 청상추 4㎏는 전달보다 221% 상승해 6만480원이다.
상품 시금치 4㎏는 5만980원으로 전달보다 192.9% 올랐다. 상품 얼갈이배추 4㎏는 한 달 전보다 144.6% 오른 1만5020원으로 조사됐다.
상품 가시 계통 오이 10㎏는 95.7% 오른 3만4150원, 다다기 계통은 88.4% 증가한 7만6150원으로 나타났다. 상품 대파 1㎏는 75.9% 올라 3298원, 깻잎 2㎏는 53.8% 증가해 2만8960원으로 집계됐다. 배추 10㎏는 14% 증가해 1만226원이다.
지난 10일부터 쏟아진 집중호우로 축산물 가격도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폐사한 가축의 93%가 닭으로 집계되면서 여름철 수요 증가로 가격 강세를 보이는 닭고기 물가가 더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에는 원윳값 인상이 예정돼 밀크플레이션 우려도 있다. 낙농진흥회 소위원회는 전날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을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오는 24일 협상을 재개한다.
협상 중인 원윳값 인상 폭은 ℓ당 69~104원 수준이다. 현재 ℓ당 원유 가격은 996원으로 최소 폭으로 올려도 처음으로 ℓ당 1000원이 넘을 전망이다. 원유 가격이 인상되면 우윳값 인상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우유를 주재료로 하는 유가공품과 아이스크림도 줄줄이 가격이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지난 17일 만료돼 세계 곡물가도 상승세다. 흑해 항로를 통한 곡물 수출길이 막히면서 우리나라도 밀과 관련 가공식품의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 낮은 인상률이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소폭 오르면서 인건비 상승을 견인해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나온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위한 각종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21개월 만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에 진입하는 등 안정세를 찾아가는 물가를 다시 자극할 수 없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농식품부는 집중호우로 가격이 급상승한 양파, 상추, 시금치, 깻잎, 닭고기 등을 이날부터 할인 지원하기로 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집중호우로 피해가 발생한 농가들을 찾아 “집중호우 피해 영향으로 상추·시금치 등 시설채소, 닭고기 등 가격이 불안한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신속한 시설채소 재파종 지원 및 조기 출하 유도, 닭고기 공급 확대 등을 통해 밥상 물가 관리에도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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