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올 초 실거주 수요가 탄탄한 신축 대단지 아파트 위주로 시작된 거래량 증가가 재건축 아파트로도 확산되고 있다. 서울시가 개발계획 밑그림을 발표한 압구정 등에서 수요가 붙고 가격도 높아지는 추세다.
20일 한국부동산원 연령별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강동구를 묶은 동남권의 10년 초과~15년 이하 아파트가 3월 상승 전환되면서 올 들어 가장 먼저 오름세에 진입했다.
지난해 말과 올 초 실거래가 기준으로 고점 대비 30% 이상 빠진 급매물이 대거 거래돼 실수요자들이 몰린 송파구 잠실동 엘스·리센츠 아파트와 신천동 파크리오가 동남권에 자리한다. 4월에는 상승률이 0.65%로 확대됐고, 동남권 5년초과~10년이하(0.01%), 15년 초과~20년 이하(0.11%)도 상승 행렬에 동참했다.
5월 들어서는 주택시장 온기가 동남권 밖으로도 퍼졌지만 대체로 실수요 여건이 좋은 신축 및 15년 이하 아파트에 국한됐고, 6월부터는 서울 전체를 기준으로 모든 구간에서 상승세가 나타났다. 구간별로 보면 ▲5년 이하 0.56% ▲5년 초과~10년 이하 0.29% ▲10년 초과~15년 이하 0.57% ▲15년 초과~20년 이하 0.04% ▲20년 초과 0.08%다.
노후 아파트 중에서도 특히 재건축 기대감이 있는 강남권의 상승세가 돋보인다. 강북지역의 20년 초과 아파트는 0.12% 하락했지만, 강남 11개구는 0.27% 올랐다.
특히 동남권은 0.65%나 올랐다.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와 올림픽3대장(올림픽선수기자촌·올림픽훼밀리타운·아시아선수촌)에서 집값이 반등하면서 상승폭 확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목동 등이 속한 서남권은 0.02% 내려 강북권 통계보다는 하락폭이 적었다.
실거래가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서울시가 압구정 2~5구역 재건축의 청사진을 제시한 신속통합기획안을 확정하면서 ‘한강변 50층 개발’ 기대감이 커지자 신고가가 나오고 있다. 압구정 미성1차 전용면적 153㎡은 지난달 22일 기존 최고가(31억8000만원)에서 12억2000만원 상승한 44억원에 매매됐다. 한양4차 전용 208㎡은 6월27일 이전 최고가인 52억7000만원에서 11억3000만원 오른 64억원에 팔렸다.
송파구 재건축 대장단지인 잠실주공5단지의 경우 지난 6일 전용 82㎡가 28억9000만원(14층)에 손바뀜됐다. 최고가인 2011년 11월 32억7880만원(7층)에는 아직 못 미치지만 지난 1월3일 21억7500만원(1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반 년 만에 7억원 상승한 가격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사업 방식을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으로 전환하기로 한 뒤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다”며 “전용 82㎡는 29억~30억 선에서 시세가 형성돼 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거주하기 좋은 아파트를 중심으로 붙은 거래 활성화가 투자수요가 큰 재건축 아파트까지 옮겨붙었다고 보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올 들어 신축 대단지가 거래량과 상승세를 주도했는데, 여기에 재건축 대단지도 가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재건축이 워낙 억제돼 있다가 규제완화 시그널이 계속 나오니 소비자들이 가격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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