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연속 동결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 단지에서 신고가 경신 사례가 잇따르고, 분양시장에선 청약 경쟁률이 치솟으며 이른바 ‘완판’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또 급매물 소진 이후 서울 아파트값은 상승 폭을 키우고, 강남과 송파 등 일부 지역에선 집값 반등세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집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올해 상반기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 가운데 3040세대 매수자가 전체 매수자의 절반을 넘어서면서 이른바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이 돌아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덩달아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급증하면서 가계대출 잔액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큰 폭을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월 대비 5조9000억원 늘어난 1062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로, 지난 4월부터 석 달 연속 증가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주담대가 7조원 증가했다고, 이는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3년 4개월만에 가장 많이 늘어난 것이다.
올해 상반기 생애 첫 부동산 매수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3040세대가 전체 매수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법원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6월 전국 생애 처음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연립주택·다세대주택 등) 매매 이전 등기 신청 매수인이 19만8810명으로, 전체 신청자(41만6877명)의 절반 수준인 47.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통계가 시작된 2010년 이후 역대 최고치로, 2010년부터 2013년까지 40% 수준에 달했고, 2014년부터 35.1%로 감소했다. 지난해에는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34.5% 하락했지만, 올해 정부의 대대적인 규제 완화 이후 무주택자들이 주택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생애 첫 부동산을 구입한 3040대 매수자는 각각 7만7603명, 4만8091명으로 전체의 63.2%에 달한다.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30·40세대 움직임이 활발하면서 시장이 회복세로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주택 매수심리와 거래량도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아파트매매수급지수는 86.5로, 전주(85.6) 대비 0.9p(포인트) 올랐다. 지난 2월 넷째 주(66.3) 바닥을 찍은 뒤 19주 연속 상승했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으로, 기준선(100)보다 수치가 낮을수록 시장에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또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18일 기준 6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3581건으로,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 3000건을 넘어섰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에선 집값이 하락한 상황에서 정부가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특례자리보금론 등을 출시하면서 주택 매매 수요가 회복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정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지역과 주택가격, 소득에 상관없이 80%로 완화했고, 대출 한도도 기존 4억원에서 6억원으로 확대했다. 또 12억원 이하 주택을 매수하는 생애 첫 주택 구매자에겐 소득 기준을 따지지 않고 200만원 한도로 취득세를 면제했다.
전문가들은 대출 규제 완화 이후 주택 매수심리가 회복하면서 가계대출 증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서울의 급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실수요자들이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주택을 매입하려는 매수세가 나타나면서 가계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출 규제도 풀리고 집값도 떨어지면서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했지만, 주택 매입에 앞서 미국의 금리 인상 변수가 여전하고, 경기 상황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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