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일본은 섬이다. 월드 크립토 마켓에서도 섬이다.
암호화폐 거래소를 보자. 국가별 대표 거래소 이름을 떠올려 보시라. 미국에는 코인베이스, 범 중국계로는 바이낸스, 한국에는 업비트. 일본은? 딱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일본 시장에 진출한 하이퍼리즘 오상록 대표는 “일본이 고립돼 있기 때문에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지난해 봄 테라-루나 사태를 빗겨갔다. 이 두 코인은 일본 내 거래소에 상장조차 돼 있지 않았다. 작년 11월 FTX 붕괴도 큰 영향이 없었다. FTX 재팬은 고객 돈을 고스란히 돌려줬다. 본사와 달리 일본 법에 따라 고객 자산을 따로 관리했다.
일본 암호화폐는 정체돼 있지만 시장을 초토화시킨 폭풍도 없었다. 지금 일본은 온전히 아껴 둔 에너지를 조금씩 조금씩 풀어내는 중이다.
최근 일본에서 굵직한 웹3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행사를 참관하고 온 사람들이 이구동성 얘기하는 것은 “조용한 변화”다.
우선 기시다 정권이 웹3에 친화적이다. 25일, 25일 도쿄에서 열리는 웹X(WebX) 행사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직접 기조 연설을 한다. 이례적이다.
국가 정책 최고 책임자(또는 그 국정 파트너)가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 관료들의 태도가 바뀐다. 적어도 기시다는 명품보다는 웹3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
암호화폐 시장에서 엔화 거래도 올라가고 있다. 시장 분석업체 카이코에 따르면 일본계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거래량이 상반기에만 80% 증가했다. 지난 6월 총 거래량은 40억 달러로 전년 대비 60% 늘었다.
엔 약세 때문이다. 일본에는 ‘와타나베 부인’이라는 전통(?)이 있다. 외환시장에 진심인 아줌마 투자 부대다. 엔화의 힘으로 해외 투자를 하던 와타나베 부인 후손들이 대체 투자로 비트코인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달러 대비 엔이 약해지자, “뭐라도 해야하는거 아냐” 하며 MZ 세대 와타나베 부인들이 지갑을 열었다는 분석이다. (와타나베 부인도 명품보다는 비트코인이 좋은가 보다.)
일본은 섬이지만 어쨌든 경제 대국이다. 지금은 중국에 밀렸고, 조금 있으면 한국에도 밀릴 것으로 보이지만 돈이 많다. 그 돈이 조용히, 아주 조용히 암호화폐와 웹3라는 연못으로 향하고 있다.
“오래된 연못, 개구리 뛰어드네, 물보라 소리(古池や蛙飛び込む水の音)”-마츠오 바쇼의 하이쿠(일본 전통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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