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일본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 대비 3.3%로 3.0%인 미국을 앞질렀다. 만성 디플레이션 그림자에서 벗어나려는 일본이 약 8년 만에 미국 CPI를 넘어서는 두드러진 수치가 나왔으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빠진 부분이 있다. 임금 상승이다.
지난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8년만에 미일의 CPI가 역전됐지만 일본의 임금 상승은 초라하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권이 지향하는 ‘물가와 임금의 선순환’은 (아직) 멀다. 임금 인상이 진행되지 않는다면 소비가 얼어붙고 (경제)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일본 총무성이 21일 발표한 데 따르면 6월 CPI는 3.3%로 22개월 연속 상승했다. 2개월 만에 상승률도 확대됐다.
일본은행이 물가 안정 목표로 내건 CPI ‘2%’도 15개월 연속 웃돌고 있다. 3%가 넘는 것도 10월 연속이다.
6월 CPI 상승 배경에는 전력 대기업들의 가정용 전기요금 인상이 있다. 전기세가 전년 동월 대비 12.4% 하락했다. 5월 17.1% 하락에서 하락 폭을 줄였다.
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과 달리 일본의 CPI 상승은 계혹되고 있다. 신선식품을 포함한 CPI 지수의 미국과 일본 역전은 2015년 10월 이후 처음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일본의 ‘고물가’ 양상은 미국, 유럽과 차이가 있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된 2021년 1월 이후부터 미국과 유럽의 물가는 16~17% 상승했다. 반면 일본은 5%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핵심은 임금 상승과 함께 물가 상승이 진행되고 있느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미국, 유럽은 그간 민간의 시간 당 임금이 14.5%, 7.4%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은 4.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일본 CPI를 물건과 서비스로 나누어 살펴보면, 임금 상승이 빠진 모습이 더 적나라하다.
6월 CPI를 신선식품을 제외한 물건은 4.9% 상승,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량은 9.2% 상승했다. 전체 상승의 60%를 차지한다.
집세를 제외한 서비스는 2.3% 상승에 불과했다. 7개월 만에 상승률이 둔화됐다.
미국의 6월 CPI 중 집세를 제외한 상승률은 3.2%였다. 지난해 9월 8%에 달했으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이 효과를 보이기 시작하며 진정되고 있다.
유럽의 서비스도 6월 5.4% 상승이었다. 전달 대비 상승하며 전체 CPI에 영향을 미쳤다.
닛케이는 미국도 과열된 상황을 연준이 억제했다는 데에서 바람직하지 않지만 “일본은 서비스 상승률을 살펴봐도 적당하게 물가와 임금이 상승하는 사이클에 돌입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물가가 고공행진한다 하더라도 임금이 상승하지 않는다면 일본은행은 금융 정책 판단을 내리기 더 어려워진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일본은행 총재는 4월 취임 후 첫 금융정책 결정회의에서 금융정책 선행 지침에 “임금 상승을 수반하는 형태”로 물가 목표를 실현하겠다는 방침을 명기했다.
일본 서비스 업계에서는 일부 업종이 인력 부족 등으로 시급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업계까지 폭 넓은 임금 인상으로 연결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신문은 “임금 인상이 헐떡이면 가계는 약해지고 소비는 위축될 수 밖에 없다. 서비스업 향상 등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 여력을 높이는 (정부의) 정책이 필수적이다”고 꼬집었다.
또한 “임금과 그에 연동된 서비스 가격 상승이 지속되느냐가 디플레이션 탈피와 물가 안정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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