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동안 꺾였던 가계 빚이 다시 급증하며 우리 경제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면서다. 향후 통화정책 운용에 가계부채가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23일 한국은행 금융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6월 말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3000억원으로 전달에 비해 5조9000억원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래 최대 규모로 증가폭은 2021년 8월 6조4000억원 이후 21개월 만에 최대다.
예금은행의 가계 대출은 지난 3월만 해도 감소세를 보였지만, 4월 2조3000억원은 늘며 반등했고, 5월(4조2000억)에 이어 3개월 연속 늘고 있다.
주택담보대출이 가계 대출을 주도하고 있다. 6월말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814조8000억원으로 6월에만 7조원 급등했는데 4월(2조8000억원)과 5월(4조2000억원) 규모를 합친 수준에 달한다. 2020년(7조8000억원 증가)에 이어 40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가계부채가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이 높아진 이유가 크다. 금리 고점에 대한 기대로 집값 오름세를 예상한 이들이 부동산 투자에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시장에서는 경기 부진을 이유로 늦어도 내년 상반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6월 부동산매매량은 3708건으로 올들어 가장 많다. 한국부동산원의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서는 7월 셋째주 서울 아파트값이 지난주(0.04%)보다 0.07% 올랐다. 2021년 12월 셋째주(0.07%) 이후 가장 높다.
하반기에도 가계 대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가계 대출 수요 지수는 6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다 올 2분기 14를 기록해 플러스 전환한 후 3분기에는 19로 더 높아졌다. 지수가 플러스면 더 많은 대출 수요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 회복에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가계의 신용 위험이 여전히 높은데 다 가계 부채에 따른 소비 위축이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제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계부채는 소비가 위축되는 등 경제 성장을 갉아먹는 등의 문제가 있다”면서 “보다 정교한 대책을 통해 가계 부채 증가세를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가계 부채 증가가 예상보다 가파를 경우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위험도 높은 차주의 대출 증가세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필요하다면 기준금리를 조금 올리는 것도 고려해야한다”고 말했다.
한은도 7월 금통위에서 금리 결정 변수로 가계부채를 처음으로 언급하며 가계 빚 관리를 위해 통화 정책 대응 여지를 남겼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예상보다 더 크게 늘어난다면 금리뿐만 아니라 거시건전성 규제를 다시 강화한다든지 여러 정책을 통해서 대응할 수 있는 옵션이 있다고 생각하고, 가능성을 열어 놔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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