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올해 2분기 우리 경제가 0.6% 성장하는데 그쳤다. 민간과 정보 소비 등 내수가 위축된 가운데 그나마 수입이 수출보다 크게 줄어든 불황형흑자 영향에 겨우 받아든 성적표다. 사실상 역성장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은은 올 하반기 우리 경제가 ‘상저하고’를 보일 것이라는 시각을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 지연과 반도체 부진에 따라 한국경제에 대한 전망을 여전히 어둡게 보고 있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023년 2분기 연간 실질 국내총생산(GDP)’ 속보치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지난 2분기 실질GDP는 전기대비 0.6% 성장했다. 전년 동기대비로는 0.9% 성장했다.
GDP는 지난해 4분기 -0.4%를 기록해 2년 6개월만에 마이너스 전환됐지만 1분기에는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이후 민간 소비가 늘면서 0.3% 성장한 바 있다.
2분기 성장률을 이끈 것은 순수출(수출-수입)이다. 1분기 -0.2%포인트를 기록했던 순수출 기여도는 2분기 1.3%포인트로 크게 개선됐다.
그러나 문제는 불황형 흑자라는 점이다. 수출이 -1.8%를 기록한 가운데 수입은 -4.2%로 더 큰 낙폭을 기록했다. 수출 감소에도 1분기 쌓아놓은 원유와 천연가스 덕에 2분기에는 수입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작용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을 주도하던 민간소비도 힘을 잃었다. 1분기 0.6% 성장했던 민간소비는 고물가와 고금리에 소비 여력이 줄어든데 다 5월 기상악화에 따른 대면활동까지 위축되며 2분기 -0.1%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정부 소비도 큰 폭으로 떨어졌다. 2분기 정부소비는 -1.9%로 IMF(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1분기 기록한 -2.3% 이후 최저치다. 건설투자(-0.2%)와 설비투자(-0.2%)도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자동차 호조와 반도체 개선세로 수출은 소폭 감소에 그쳤다”면서 “3분기에는 건강보험 지급 감소 등 정부소비의 일시적인 요인이 해소되고, 소비자심리가 긍정적인 만큼 민간소비도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낙관적인 전망에도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 경제 성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평가한다. 하반기에도 한국 경제의 성장의 발목을 잡는 암초가 여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경제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회복 시점이 불분명한데 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지연되면서 수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민간 소비 역시 고물가와 높은 금리 영향으로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률 숫자 자체는 플러스지만, 경제 성장의 의미를 담기는 어렵다”면서 “당국의 낙관과 달리 현 상태가 지속된다면 경기 부진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경기 둔화 우려가 높아지며 한은과 정부가 제시한 연간 성장률 전망치 1.4% 달성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나온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전년 동기대비 0.9%로 1.4%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하반기 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1.7%를 기록해야 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최근 수출 감소와 민간소비·투자 부진을 이유로 우리나라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1.5%(4월)에서 1.3%로 낮췄다. IMF(국제통화기금)는 이번달 내로, 한은은 다음달 새로운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는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황형 흑자로 사실상 역성장”이라고 평가하며 “고물가에 금리까지 높아 소비가 위축된데 다 반도체와 중국 수출까지 좋지 않아 하반기 불확실성도 여전히 높다”고 평가했다.
경기 부진 우려가 높아지면서 한은의 통화정책에도 부담이 높아졌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드라마틱하게 경기가 개선될지는 미지수”라면서 “대외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경기만 본다면 당장 금리 인하에 나서야 할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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