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의 대대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 이후 서울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자, 서울에 살지 않는 다른 지역 거주자들이 서울 아파트를 사들이는 ‘상경투자’ 늘어나고 있다.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1년 10개월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부동산 시장에선 통상 외지인 거래를 투기수요로 여긴다. 정부는 지난 1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를 뺀 전국을 투기과열지구·분양가상한제지역 등 규제지역을 대거 해제했다. 여기에 분양권 전매 제한 완화 조치와 중도금 대출한도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완화했다. 서울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자, 서울 아파트를 투자처로 인식하는 다른 지역 자산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집값은 지난 5월 넷째 주(0.03%) 이후 9주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달 셋째 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서울은 0.07% 오르며 전주(0.04%) 대비 상승 폭이 확대됐다.
서울은 보합세를 기록한 도봉구를 제외한 나머지 24개 구(邱)에서 모두 아파트값이 상승했다. 강북권에선 노원구(0.03%)와 강북구(0.01%)가, 강남권에선 강남구가 0.11% 올라 지난주(0.04%)보다 오름폭이 커졌다. 성동구(0.05%→0.10%), 마포구(0.12%→0.15%) 모두 상승 폭이 확대됐다.
주택 거래량도 상승세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25일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 3792건으로 집계됐다. 아직 신고 기간(30일 이내)이 남았기 때문에 지난달 최종 거래량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아파트 거래에서 외지인 거래가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의 월별 아파트 매입자 거주지별 매매거래 현황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3711건 중 외지인이 매수한 거래는 925건(24.9%)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7월(930건) 이후 1년 10개월만에 최대치다.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구입은 정부의 1·3 부동산 규제 완화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2월부터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8.7%, 11월 22.1%였던 외지인 거래 비중은 지난해 12월 35.9%까지 상승했다.
올해 들어 비중은 다소 줄었지만, ▲1월 29.1% ▲2월 25.2% ▲3월 25.0% ▲4월 24.7% ▲5월 24.9%로, 25%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2006년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209개월 동안 외지인 매매거래 비중 평균이 18.7%였던 것을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남구의 외지인 매입 비중이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5월 거래된 강남구 아파트 1005건 중 외지인 거래가 119건이었지만, 올해 1~5월은 849건 중 21건이 외지인 거래였다. 비중으로는 11.8%에서 25.1%로, 13.2%p(포인트)가 증가했다. 이어 마포구는 지난해 22.4%(322건 중 72건)에서 올해 34.8%(603건 중 210건)로 12.5%p 늘었다.
전문가들은 외지인들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의 규제 완화 이후 주택 수요가 높은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고 있다”며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외지인 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문화와 교육, 교통 등 입주 조건이 우수하고, 상대적으로 주택 수요가 많은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 매수세가 살아나고 있다”며 “강남 집값이 잠시 주춤하다가 다시 오르면서 외지인의 강남3구 아파트 매입 비중이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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