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코스닥 시장에서 일간 하락 종목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를 비롯한 2차전지 관련주 쏠림 현상이 시장을 왜곡하면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전체 코스닥 기업 가운데 1480개사의 주가가 하락했다. 이는 직전 1위였던 지난 3월14일(1447개)를 넘어선 것으로 코스닥 시장 출범 이래 가장 많은 수치다. 전 거래일 대비 상승세를 보인 종목은 단 88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고, 16개사 만이 보합에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장중 6% 가까이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투매가 이어졌다. 코스닥 지수는 장중 956.40까지 오르며 지난 25일에 이어 이틀 연속 연중 최고가를 찍었지만, 30분 만에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뒤 곧바로 886.16까지 떨어지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펼쳤다. 불과 1시간도 되지 않는 사이 지수는 70.26포인트(7.47%) 하락했다.
이를 두고 최근 이어지고 있는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지수를 왜곡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연일 기록적인 상승세를 이어오던 2차전지 관련주가 장중 반락하며 증시의 낙폭을 확대한 것이다.
실제 전날 오후 1시께 코스닥 지수는 1.7% 가량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었지만 같은 시각 하락 종목 개수는 이미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는 상태였다.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 등 2차전지 종목이 급등한 가운데 이를 추격 매수하는 투자자들의 자금이 쏠리면서 다른 종목들에 수급 공백이 발생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후 2차전지 종목들이 상승분을 전부 반납하며 하락 전환하자 투자자들의 투매가 이어졌고, 코스닥 지수가 장중 6% 가까이 급락하는 등 시장 전체의 변동성도 극도로 확대됐다.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은 629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이는 지난해 3월31일(7987억원 순매도) 이후 1년4개월 만에 최대치다.
특히 거래대금을 살펴봐도 상위 종목에 대부분 2차전지 관련주가 이름을 올렸다. 코스닥 시장에서 거래대금 1위는 에코프로비엠으로 거래대금은 무려 5조6281억원을 기록했다. 이어 에코프로(4조1361억원), 엘앤에프(2조805억원) 순이었다. 전날 코스닥 시장 전체 거래대금이 26조4812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2차전지 상위 3종목이 전체 거래대금의 44.73%를 차지한 셈이다.
전문가들 역시 2차전지 쏠림 현상이 시장의 변동성을 자극했다고 분석했다. 최근 며칠 동안 시장의 수급을 빨아들였던 2차전지 관련 그룹주들의 주가와 수급 변동성이 시장 전체를 흔들어 놓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극도의 변동성 장세를 겪었는데, 다른 국가 대비 유난히 변동성이 심했던 것은 거시 상황을 비롯한 대외 변수보다는 국내 수급이 영향이 컸다”면서 “2차전지 관련주가 약세로 돌아서면서 시장의 매기가 전반적으로 냉각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급 이슈가 시장을 흔들고 있는데, 펀더멘털과 연관성이 낮은 부분은 시간을 두고 점차 정상화될 것으로 본다”며 “그 과정에서 변동성 확대에 따른 신용물량 청산 압력 작용과 투자심리 약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매크로 요인보다는 국내 내부적 수급 요인에 따라 증시 변동성이 확대됐다”며 “2차전지 밸류체인 관련주의 변동성이 다른 종목들 수급으로 확산된 악영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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