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한·미 금리 역전 차가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에 따라 외국인 자본유출과 물가 급등, 경기침체 우려가 나온다.
다만 금리차 확대가 일찌감치 예상됐다는 점과 과거와 달리 금리가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줄었다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연준은 25~26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한국은행이 이달 13일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만큼 한국(3.5%)와 미국(5.25~5.5%)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확대됐다.
제롬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데이터로 뒷받침이 된다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확실히 있다”면서도 “데이터 내용에 따라선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며 금리 인상과 인하 가능성 모두를 열어놨다.
시장에서는 긴축 사이클 종료를 모색하면서 금리 인상이라는 선택지를 남겼다고 분석한다. 파월의 모호한 발언에 뉴욕 증시는 혼조세다. 다우존스는 전일대비 0.23% 오른 3만5520.12에 폐장했고, 나스닥은 0.12% 떨어진 1만4127.28로 장을 마쳤다. 미 달러 인덱스는 6시52분 현재 전일대비 0.33% 내린 101.02에 거래 중이다.
통상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역전 차가 확대되면 국내 경제에 악순환을 끼친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운용할 유인이 사라지며 자금을 대거 빼낼 유인이 커진다. 이는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이어진다.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가 오르면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되며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인다. 통화당국이 물가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를 이상으로 대응할 경우 소비 위축으로 나타나며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수도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금리 차이가 벌어지면 외국인이 한국에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는 만큼 자본 이탈 우려가 높아진다”면서 “환율 변동성이 우려되는 만큼 외환 보유고를 높이고, 통화당국이 금리를 조정해 자본유출을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와 한국은행은 한미 기준금리 역전 확대에도 외국인 자금이 대거 유출될 가능성을 낮다고 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에서 “과거 상황을 보면 미국과 금리차가 있어도 바로 자금 유출로 나타나지 않았다”면서 “오히려 자금이 더 머물러있고 더 들어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7월 금통위 직후 “환율이 이자율 격차에만 의존하는 게 아니다”면서 “미국이 긴축을 얼마나 길게 유지하는가, 수출 가격이나 물량이 어느 규모인지 등 여러 요인을 종합적으로 감안해야한다”며 시장 충격 우려를 낮게 봤다.
다수의 전문가들도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을 크지 않다고 본다.
우선 충분히 예상된 시나리오였던 만큼 시장에 선반영됐다는 점이 꼽힌다. 황세운 자본연구원 연구위원은 “FOMC의 금리 인상은 이미 기정사실화됐다”면서 “환율과 주가도 이미 가격 조정을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번 인상을 끝으로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고 해석된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은 외자운용원은 경기 침체 우려에 미국이 연내 금리 인상을 종료하고, 내년 상반기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금리 차가 다시 좁혀질 여지도 있다.
외국인 투자가 단순히 금리 차이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과거 한미가 금리가 역전됐던 2000년과 2006년, 2018년에도 급격한 자본 유출은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고 있지만, 올 하반기 수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최근 국내 증시에는 되레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한미 정책 금리 차이가 1%내외였던 지난해 4분기 외국인의 증권 투자자금은 85억 달러를 보였지만, 1.25%포인트로 확대된 올해 1분기에는 되레 150억 달러로 늘었다. 1.75%포인트로 늘어난 2분기에는 182억 달러로 더 뛰며 역의 관계를 보였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에 힘입어 (외국인의) 신흥국 투자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면서 “신흥국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곳보다는 우리나라가 투자 매력도가 높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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