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오는 9월부터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최소 30억원의 준비금을 적립하게 된다.
은행연합회는 금융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협의를 거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와 자금세탁 방지 강화 등을 위해 이 같은 내용의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제정했다고 27일 밝혔다.
은행연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가상자산 실명계정 제도가 도입된 이후 가상자산거래소(원화마켓)별 입출금한도 확대방식 등 이용조건이 달라 이용자 불편이 발생해왔다.
적립금 수준 등 이용자보호 조치도 상이해 시장혼란을 야기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은행권이 가상자산거래소와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상자산 실명계정의 운영기준 등이 은행별로 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금융당국과 수사기관에 의해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것으로 보이는 거액의 자금이 무역거래로 가장해 해외 송금된 사건이 적발됐다. 가상자산이 자금세탁의 도관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가상자산 실명계정에 대한 자금세탁 방지 강화 필요성이 높아진 배경이다.
이에 은행권은 이용자 보호와 편의성 제고, 자금세탁 방지 강화를 위해 가상자산 실명계정 표준화 방안을 논의해 왔다. 금융당국과 가상자산거래소 등 이해관계자와의 협의를 통해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을 마련했다.
가상자산거래소는 가상자산 실명계정을 사용하는 고팍스, 빗썸, 업비트, 코빗, 코인원이 있다. 실명확인이 가능한 입출금 계정을 개시한 은행은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전북은행, 케이뱅크, 카카오뱅크다.
이번 운영지침을 보면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가 해킹·전산장애 등으로 부담할 수 있는 이용자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이행할 수 있도록 30억원 이상의 준비금을 적립하거나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게 된다. 한도는 일평균 예치금의 30%로 최대 200억원이다.
은행은 가상자산거래소의 추심지시에 따라 이용자 계좌에서 거래소 계좌로 자금이체 시 전자서명인증 등 추가인증으로 이용자의 거래의사를 확인하게 된다. 1년 이상 입출금이 없는 이용자 계좌는 추심이체를 제한한다.
은행은 이용자 계좌를 한도계정과 정상계정으로 구분해 입출금 한도를 제한한다. 한도계정은 이용자의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이 확인된 경우에 한해 정상계정으로 전환돼 입출금 한도가 확대된다.
은행은 실명계정 이용자에 대해 원칙적으로 1년마다 강화된 고객확인(EDD)을 실시한다. EDD(Enhanced Due Diligence)는 이용자의 신원정보에 대한 확인과 검증 뿐 아니라 거래목적과 자금원천 등에 대한 추가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다. 은행은 자체 위험평가모델에 따른 이용자의 위험등급에 따라 고객확인 주기를 다르게 적용할 수 있다.
은행은 거액출금 등 고위험 실명계정 이용자로부터 가상자산 거래내역 확인서와 재직증명서 등의 문서를 제공받아 거래목적과 자금원천에 대한 검증을 실시한다. 문서적 검증이 곤란한 경우 신뢰할 수 있고 독립적인 자료·정보 등을 통한 검증도 허용된다. 실명계정의 입출금이 명확한 경제적·법적 목적 없이 복잡하거나 규모가 큰 경우, 비정상적 형태 등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의심거래보고 여부를 검토한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이용자의 예치금은 별도예치하거나 신탁하도록 한다. 은행은 매영업일마다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직전 영업일 예치금 현황을 제공받아 은행자료와 비교·확인하게 된다.
또 월 1회 이상 가상자산거래소 사무시설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실시한다. 분기별로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예치금 구분·관리실태에 대한 외부기관 실사결과를 제출받아 비교·확인할 방침이다.
은행권은 업무절차 마련과 전산시스템 구축 등 준비과정을 거쳐 내년 1월부터 이번 운영지침을 시행할 계획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보호조치의 조속한 시행을 위해 준비금 적립은 오는 9월부터 조기 시행한다. 전산시스템 개발 등에 추가적인 시간이 필요한 입출금한도 확대 기준과 절차는 내년 3월게 준비가 완료되는 대로 시행할 예정이다.
은행연 관계자는 “이번 가상자산 실명계정 운영지침은 실명계정의 안전성 제고, 자금세탁 방지 기준과 절차의 내실화, 이용자 예치금 보호 강화 등으로 가상자산거래소 이용자 보호 뿐 아니라 가상자산 시장에서의 건전한 거래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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