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 정아인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협의체(DAXA) 소속 거래소들은 ‘버거코인’ 장사로 수수료 수입만 챙기고, 적절한 투자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이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를 앞두고 ‘버거코인’과 이를 방치하는 금융당국과 DAXA를 정조준했다.
버거코인은 해외에서 만들어졌으나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에 상장된 코인들을 뜻한다. 일부 버거코인은 국내 거래량이 글로벌 전체 거래량 1위를 기록할 정도다.
# “한국은 버거코인 천국”
민병덕 의원은 11일 “작년 이후 상장된 버거코인 중에는 최대 94% 가격이 떨어진 경우도 있다. 테라 루나 사태 후 해외 코인을 경쟁적으로 들여와 상장시킨 뒤 방치하는 상황”이라며 감독당국에 대책을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위, 금감원이 DAXA를 통한 자율 규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민 의원은 대형 코인 거래소들이 버거코인으로 수수료 수입을 챙기는 동안 투자자들은 큰 손실을 봤는데도, 자율 규제를 한다며 만든 DAXA가 손을 놓고 있는 이유를 따져 묻겠다고 벼르고 있다. 11일 금융위에 이어 17일 금감원 국감에서는 버거코인에 대한 DAXA의 특혜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DAXA의 설립 취지로 볼 때 문제가 있는 ‘버거코인’에 대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지만, 조직 구조상 대형 거래소의 입김 때문에 자율 규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DAXA는 어떤 조직?
DAXA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igital Asset eXchange Alliance)로 지난해 위믹스(WEMIX) 상장 폐지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2022년 6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를 회원사로 출범한 자율 규제 기구다. 루나 사태 이전까지 대형 거래소들은 블록체인협회를 통해 현안을 조율했다. 그러나 루나 사태 이후 별도의 조직을 꾸려 “제2의 테라 루나 사태를 막겠다”며 만든 단체다.
원화 마켓이 있는 5개 거래소들이 투자자 보호 및 거래지원 종목 공동 대응을 위해 ‘순수 민간’ 차원에서 DAXA를 출범시켰다.
# 주요 사업과 조직 구조
DAXA 초대 의장은 이석우 업비트 대표로 현재까지 역임 중이다. 업비트는 협의체 의장사다.
협의체는 김재진 상임부회장 등 DAXA 사무국을 통해 회원사, 금융당국 등과 협의해 가상자산 자율규제 이행계획을 만들고 있다.
각 거래소는 5개 실무 분과를 두고 있다. 빗썸(거래지원), 업비트(자금세탁방지), 코빗(시장감시), 코인원(준법감시), 고팍스(교육)가 각각 분과 간사를 맡고 있다. 분과를 통해 공동 자율 규제안을 만들고 있다.
DAXA는 자문위원회, 운영위원회 2가지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운영위원회는 각 거래소 대표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를 총괄하는 의장은 비상근직이다.
운영위원회 아래 상임부회장, 운영위원회 실무회의가 있으며, 사무국이 존재한다. 사무국은 김재진 상임 부회장이 지휘한다.
자문위원회에는 학계, 법조계 등에서 11 명의 전문가가 참여해 활동 중이다.
강형구 한양대 교수,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영도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상훈 김앤장 법률사무소 전문위원, 우종수 포항공과대 교수, 윤종수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조재우 한성대 교수, 김시목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이민섭 김앤장 법률사무소 자금세탁방지팀장, 황석진 동국대 교수, 이정수 서울대 교수다.
# 명분은 투자자 보호, 실제는?
DAXA는 투자자 보호, 국제 협력, 교육 및 홍보, 회원사 간 협력 등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운다. 대표적으로 거래지원심사 공통 가이드라인, 가상자산 유형별 위험성 지표와 모니터링 방식 기준, 가상자산 경보제 등을 만들어 시행 중이다.
특히 ‘거래지원심사 가이드라인’은 위믹스 상폐를 계기로 만든 것으로 구체적인 ‘상장 폐지’ 사유 등을 담고 있다. 이 가이드라인 대로 코인의 상장과 상폐가 투명하게 이뤄진다면 ‘버거코인’ 문제도 예방이 가능했을 것이다.
문제는 DAXA의 가이드라인을 소속사들이 지키지 않는다는데 있다. 의무적으로 준수해야 할 강제 규정도 아니다. 그러나 DAXA는 필요한 경우에는 5 개 거래소가 똘똘 뭉쳐 코인 상폐를 강행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위메이드 위믹스다.
지난해 위믹스 상폐는 “거래소 상장시에 제출한 유통량 계획서를 속였다”는 것에서 출발했다. 당시 DAXA 소속 5 개 거래소는 위믹스 상폐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위메이드는 이에 반발 소송까지 제기했다.
위믹스 이후 DAXA 소속사들은 자의적으로 ‘가이드라인’을 해석하고 있다. 유통량 계획서를 준수하는 코인과 그렇지 않은 코인을 DAXA 차원에서 엄격하게 처리하고 있는 것인지도 불분명하다. 회의 안건과 결과를 공표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수이(SUI) 코인이다.
# 자문위원의 지적도 모른 채 하는 DAXA
한성대 조재우 교수는 지난 5월 상장된 대표적인 버거코인 수이를 추적해왔다. 조재우 교수는 “수이 재단이 스스로 스테이킹한 코인에서 나온 보상 코인을 매각하고 있다는 온체인 데이터 분석“을 수 차례 내놨다.
수이 재단이 국내 거래소에 상장될 때 제출한 유통량 계획서에 이같은 스테이킹 보상 코인 매각이 기재돼 있는지, DAXA는 확인을 하지 않고 있다. 재단이 스케이킹이라는 우회적 수단을 이용, 무단으로 코인을 매각하고 있는데도 DAXA와 DAXA 소속 거래소들은 손을 놓고 있는 것.
수이는 민병덕 의원이 지적한 올해 상장된 버거코인 중 가격 낙폭이 가장 큰 코인이다. 70% 가까이 떨어졌다. 재단이 코인을 팔고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수이 코인은 업비트에서 글로벌 거래량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시작한 이른바 김치코인 위믹스에 대해서는 발행사 위메이드를 압박해 해명 자료를 받아내고, 상폐를 결정했던 DAXA가 버거코인 수이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이 문제를 처음 거론한 조재우 교수는 DAXA의 자문위원이기도 하다. DAXA의 공식 조직은 형식에 그치고 중요한 의사 결정은 힘 있는 거래소 경영진이 따로 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다.
# DAXA 자율 규제 역량 있나?
DAXA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직이라면 그 운영과 의사 결정이 독립적이어야 한다. 현재 DAXA 체제로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우선 운영 재원이 5개 대형 거래소에서만 나온다. 이들 거래소에 불리한 결정을 할 수 없다. 공식적으로 임명된 자문위원의 분석조차 DAXA는 들여다 보지 않는다. 민 의원 지적처럼 ‘버거코인 수수료 장사’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DAXA는 대형 거래소를 위한 이익 단체 성격이 강하다.
거래소 눈치를 보는 단체에 자율 규제를 맡기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 가게를 맡기는 꼴이다.
민병덕 의원이 제기한 버거코인 이슈는 DAXA의 정체성을 묻는 질문인 셈이다.
“DAXA가 의장사인 업비트에서 전 세계 거래량의 30%가 나오는 수이 코인 문제를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다룰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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