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자금 여력이 부족한 원베일리 일부 조합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내놓은 전세 매물이 늘어나면서 주변 단지 시세도 떨어졌어요.”
지난 27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단지 단지들이 계속 공급되면서 전셋값이 꾸준히 하락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주가 코앞으로 다가오자 입주예정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전세가격을 크게 낮추면서 주변 단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가격을 낮춰서라도 전세를 놓고 잔금을 치르는 게 낮다고 판단하는 집주인들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올해 하반기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1만 가구에 달하는 입주 물량이 예정되면서 강남권 일대 아파트 전셋값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
특히 대규모 입주 단지가 입주를 앞두고 전셋값 조정을 받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에 전세사기 여파로 월세 선호 현상까지 겹치면서 전세사격 조정 패턴이 뚜렷해지고 있다.
서울 강남권 일대 아파트 전세가격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이 가장 많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월~7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10.33% 하락했다. 강남구 아파트 전셋값은 -13.87% 변동률로 25개 구 중 가장 많이 하락했고, 서초구(-10.63%) 아파트 전셋값 변동률도 서울 평균 하락률(-10.33%)을 웃돌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강남·송파·서초구의 평균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은 각각 46.4%, 46.5%, 49.7%로 집계됐다. 집값 대비 전세가격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66.3%와 서울 평균치인 52.8%와 비교해도 낮은 전세가율이다.
전세가격 약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월 기준 강남구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9억4540만 원으로, 올해 1월 10억1777만 원 대비 7200만원(7.1%) 하락했다. 이는 서울 전체 평균 하락세보다 가파른 수준이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5억4346만원에서 5억1071만원으로 6.4% 내렸다.
올해 강남지역에 신규 공급 물량이 집중돼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3월 강남구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3375가구)의 입주가 시작했다. 또 내달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가 입주를 앞두고 있다. 서초구에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입주하는 것은 지난 2021년 6월 ‘서초그랑자이(1446가구)’ 이후 2년 만이다. 여기에 내년 1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올해 하반기 서울에서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입주 물량 예정되면서 전셋값 하방 압력이 커질 것이란 관측이다.
신규 공급 물량이 늘어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뚜렷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5월 25일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전용면적 84㎡)가 10억원에 전세 거래됐다. 지난 2020년 10월 17억6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7억원 하락했다. 또 지난 2021년 10월 24억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된 반포동 ‘아크로 리버파크'(전용면적 84㎡)는 지난달 2일 13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 1년 6개월여 만에 11억원이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강남지역에 신규 아파트 입주 물량이 증가하면서 전셋값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신규 입주 물량이 늘어나면서 강남권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올해 입주 물량이 많은 강남권에서 전셋값 하락세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입주 예정 단지의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인근 단지들의 전셋값도 하락하는 도미노 하락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신규 아파트의 입주 물량이 연달아 예정돼 있기 때문에 전셋값 하락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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