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한·미 금리 최대 역전 차에 달러 투자에 관심이 쏠린다. 우리나라와 미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면 이론적으로는 외국인의 투자 유인이 줄며 원·달러가 치솟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침표를 찍었다는 관측에 높아지면서 달러에 힘이 실리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연말 국내 경기 개선 기대감이 더해지며 원·달러가 되레 12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30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28일 원·달러는 전일대비 0.7원 내린 1277.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는 지난 24일 1270원대로 내려온 후 5거래일 연속 1280원 선 아래에 머물고 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원·달러는 요지부동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25~26일(현지시각)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정책금리를 0.25%포인트 올렸다. 우리나라(3.5%)와 미국(5.25~5.5%) 금리 차는 역대 최대인 2.0%포인트로 확대됐다. 금리 역전 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가 자금을 대거 빼낼 이유가 커지며 원화 약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문제는 금리차 확대에도 7월 FOMC를 끝으로 긴축 사이클이 종료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는 점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9월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동결하는 걸 선택할 수도 있다”며 모호한 답변을 내놨다.
시장에서는 파월 의장이 6월보다 덜 매파적인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읽히면서 달러에 힘을 실리지 못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3월 초 만해도 106에서 움직이던 달러인덱스는 최근 100선에서 등락을 보이며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미국 금리 선물 참가자들이 예측한 9월 금리 동결 가능성은 FOMC 직전 78.7%에서 회의 직후 80.0%로 올랐다. 11월 동결 예상은 60%에서 67%로 올랐다. 투자은행(IB)들도 연내 추가 인상이 없을 것이란 해석을 내놨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3월 25bp 인하 전까지 동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근래 들어서는 금리차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도 줄고 있는 점도 달러 반등을 제약한다. 실제 과거 사례를 볼 때 한·미 금리 역전에 원·달러가 마냥 올랐던 것 만은 아니다. 2000년께 금리 차가 최대 1.5%포인트 역전됐을 때 환율은 10.5% 가량 올랐지만, 2006~2007년 1.0%포인트 벌어졌을 때는 오히려 3.1% 떨어졌다.
최근에는 원·달러 결정 요인이 단순 금리 차이보다 국내 경제 회복세로 초점이 바꼈다는 시각도 나온다. 해외자본의 신흥국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우리 경제의 회복 기미에 외국인 투자가 쏠리며 원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한·미 금리 역전차가 1%포인트였던 지난해 4분기 외국인의 증권 투자는 85억달러였지만, 1.25%포인트였던 올해 1분기에는 되레 150억달러로 올랐다. 1.75%포인트로 벌어진 2분기에는 182억달러로 더 증가했다. 국내 경기 개선을 예상한 외국인의 투자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연말에 갈수록 수출 회복세에 경상수지가 개선되며 달러 유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은은 5월 경상수지 흑자 전환을 계기로 “경상수지가 저점을 벗어나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며 “하반기 본격적으로 흑자를 보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미국과 주요 선진국들의 금리 결정 등 불확실성이 높은 3분기 원·달러가 1300원 선에서 등락하다가 내년 금리 인하 기대와 우리 경제 회복 기대가 본격적으로 높아지는 연말부터 달러에 힘이 더 빠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정희 국민은행 연구원은 “내년부터 미국의 금리 인하가 시작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달러 강세는 제한적”이라면서 “연말 1210~1220원 수준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9월 FOMC의 불확실성이 현재 원·달러에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금리 인하는 시간 문제인 만큼 달러는 추가적으로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연말 예상 환율로 1230원을 제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jh3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