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엔저 현상이 지속되자 싸진 엔화를 활용하는 서학개미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달 일본증시에 상장된 미국 국채 투자가 전체 해외주식 가운데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엔화 상승에 다른 환차익, 국채 금리 하락에 따른 수익률 상승을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1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SEIBro)에 따르면 지난달 서학개미들이 세 번째로 많이 산 해외주식은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 엔화 헷지(iShares 20+ Year US Treasury Bond JPY Hedged) 상장지수펀드(ETF)’로 집계됐다.
한달간 순매수 금액은 8909만 달러로 한화로 약 1137억원에 달한다. 이 해외 ETF는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미국 국채 관련 금융상품이다. 만기 20년 이상인 미국 국채를 중점적으로 담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달부터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국채 엔화 헷지 ETF’를 사들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이 ETF의 순매수 순위는 25위였으나 6월 8위로 급등했고 지난달에는 3위까지 치솟았다.
이는 엔저 현상 때문이다. 지난 6월부터 시작된 엔저 현상으로 원·엔 환율은 800원대까지 내려갔다. 1일 오전 현재(10시4분 기준) 원·엔 환율은 895.18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향후 엔화 가치가 상승시 상당한 환차익을 얻을 수 있다.
또 미 국채금리 하락에 대한 전망도 우세하다. 지난 7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5bp(1bp=0.01%) 인상했으나 긴축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향후 미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경우, 국채 금리도 내리면서 국채가격이 오를 수 있다. 이 경우, ETF의 수익률도 높아진다.
이에 다른 미 국채 관련 ETF에 대한 매수세도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서학개미들이 지난달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아이쉐어즈 만기 20년 이상 바이라이트(iShares 20+ Year Treasury Bond Buywrite’ ETF다. 순매수 규모는 1억2112만달러(약 1548억원)에 달한다.
이어 만기 20년 국채 금리 하락시 3배의 수익률을 내는 ‘디렉시온 데일리 20년 국채 불 3X(DIREXION DAILY 20+ YEAR TREASURY BULL 3X)’ ETF를 1억815만 달러(약 1383억원) 순매수해 두 번째로 많이 사들였다.
다만 미국 중립금리에 대한 추정치가 다소 오르고 있어, 예상보다 빠르게 국채금리 하락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잭슨홀을 전후로 중립금리 논쟁이 가열되면, 금리 하단은 더욱 높아지고 단단해질 것”이라며 “2000년대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주요국 기준금리가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충분히 높지 않다는 논의가 진행될수록,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낮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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