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지영 기자 = “2분만 앉아있으면 월드 뭐시기 코인을 받을 수 있다네.”
최강 폭염이 이어지는 3일 오후 서울 을지로. 이른바 ‘힙지로’라 불리며 MZ세대가 즐겨찾는 을지로의 한 카페에서는 70대 초반의 어르신이 자리에 앉아 한 기계를 바라보고 있었다.
기계의 정체는 ‘오브(Orb)’. 월드코인 측이 지난달 25일 해당 카페에 설치한 홍채 인식 기계다.
70대 어르신은 카페에 상주하는 오브 운영자 안내에 따라 홍채를 등록 중이었다. 바로 월드코인을 받기 위해서다.
평소 알트코인(비트코인 제외한 나머지 대체 가상자산) 투자에 관심이 있다는 어르신은 “최근 월드코인이 뜬다길래 알아보던 중 홍채등록만 하면 받을 수 있다고 해서 와봤다”며 “실제로 와서 시키는 대로 기계만 봤더니 코인이 들어왔다”고 말했다.
기자도 이어 해봤다. 어르신의 이야기처럼 2분가량 앉아 기계를 응시했더니 월드코인 25개가 미리 설치해 둔 ‘월드앱(월드코인 자체 앱)’에 들어왔다. 앱 내 환산된 가치로는 57.65달러(한화 7만4973원)다.
◆하루 평균 35명 방문…외국인도 참여
현재 오브가 설치된 곳은 총 3곳이다. 기자가 방문한 을지로 외에 역삼과 광화문 내 카페에도 자리 잡았다.
오브 운영자에 따르면 하루 방문자만 3, 40명에 이른다. 평균 35명으로 계산하면 열흘간 총 1050명이 월드코인을 받아 간 셈이다.
외국인의 참여도 눈길을 끈다. 월드코인이 챗GPT 아버지 샘 알트만이 이끄는 글로벌 프로젝트인 만큼 국내 거주 외국인들도 방문한 것이다.
이날 을지로 카페에서 만난 외국인은 “평소 챗GPT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월드코인 프로젝트 또한 주목하고 있었다”며 “한국에서도 오브를 직접 체험할 수 있다길래 바로 와봤다”고 말했다.
실제 외국인 참여 비율은 10%에 달했다. 이들을 대응하기 위해 영어가 가능한 운영자들도 카페에 상주해 있었다.
◆홍채 등록 거부감 드러내기도
참여자 모두가 월드코인을 받아 간 것은 아니었다. 홍채 등록에 대한 거부감을 느낀 참여자는 운영자의 안내를 들은 후 포기를 선언하기도 했다.
웹3 기업에 재직 중인 A씨는 “업계 특성상 주변인들이 코인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최근 월드코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궁금해서 와봤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방문에 그칠 뿐 월드코인을 받는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월드코인에 관심이 있어 와봤지만, 직접 홍채를 등록하는 것은 개인 정보 유출 가능성이 있어 하지 않았다”며 “실제로 이 점이 찝찝해 월드코인을 받아 가지 않는 사람들이 꽤 있다”고 전했다.
현재 업계에서도 월드코인의 홍채 등록을 둘러싼 우려가 앞다퉈 제기되고 있다. 월드코인이 수집하는 홍채 정보는 지갑 관리에 필요하지도 않을뿐더러, 홍재 정보가 해킹될 경우 개인 정보 유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자 역시 이 점을 인정했다. 을지로 카페에서 오브 참여를 돕는 운영자는 “개인 생체 정보 등록이 두려워 돌아가는 분들도 꽤 있다. 홍채 해킹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라며 “등록한 홍체 정보는 암호화된 데이터로 전환돼 삭제됨을 안내해도 설득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월드코인은 지난달 24일 정식 발행된 후 빗썸과 바이낸스 등 국내외 주요 거래소에 줄상장됐다. 특히 줄상장 직후 1300% 넘게 오르며 ‘상장빔’을 연출하기도 했다.
빗썸에서는 상장가 기준 2000% 가까이 뛰기도 했다. 상장 당시 상장가 760원 기준 1941% 오른 1만4440원에 거래된 것이다.
다만 현재는 열기가 사그라든 상태다. 3일 오후 7시 빗썸 기준 월드코인은 5.26% 하락한 3044원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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