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최현호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 세계가 경제 정상화에 힘을 쏟는 가운데 각국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10회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음에도 경제가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반면, 유럽과 중국은 경제 회복과는 거리가 먼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5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미국에선 경제가 연착륙할 수 있다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기자회견에서 연준은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등 연준 인사들도 미국 경제 전망을 낙관적으로 본다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에서도 연착륙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실제 미국의 경제 지표들은 고용시장 붕괴 없이 인플레이션을 극복하는 연착륙이 가능한 것처럼 나타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꾸준히 둔화되는 가운데, 고용시장이 탄탄한 모습을 보이면서 소비부문을 끌어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 상승, 5월 상승률 3.8%를 밑돌았다. 연준이 물가지표의 기준으로 삼는 근원물가지수(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료품 제외)는 6월에 전년 동월 대비 4.1% 상승에 그쳤다. 근원물가지수는 3~5월에는 4.6%로 변화가 없었지만, 6월에 0.5%포인트 떨어졌다.
최근 발표된 미 6월 민간기업 구인 건수의 경우 전월 대비 4만 건 감소하긴 했으나, 그 이전까지 미 고용시장은 수개월 연속 탄탄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를 바탕으로 2분기 개인소비지출은 전 분기 대비 1.6% 증가하는 등 견조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유럽선 독일 경제 정체…유로존 고물가도 지속
반면 유럽에서는 경제 침체의 전운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유럽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경제가 정체된 상황이라는 점이다. 독일의 2분기 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0%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엔 전 분기 대비 -0.4% 역성장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0.1% 역성장해 기술적 경기침체에 진입한 뒤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 소비자물가지수(CPI) 통계는 고물가 지속 우려를 키우고 있다. 유로존의 7월 CPI는 5.3% 상승률을 기록했다. 지난 6월 5.5%보다 상승 폭이 둔화됐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같은 5.5%로 집계됐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남아있다. ECB는 지난달 27일 9회 연속 기준금리 인상을 통해 금리 수준을 4.2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유로존 20개국의 소비자 물가는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지만, 여전히 5%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ECB의 물가상승률 목표치는 2%다.
◆회복세 더딘 중국…GDP 증가율 저조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서도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만연하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중국의 2분기 GDP 증가율은 6.3%로, 1분기의 4.5%는 넘었으나 시장 기대치(7.1∼7.3%)에는 크게 못 미쳤다. 제로코로나 정책 종료 이후에도 중국 경제의 회복세가 더딘 것이다.
중국의 6월 주택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18% 감소했고, 주택 건설은 10% 줄어드는 등 2분기부터는 부동산 침체도 시작됐다. 철강·가정용 가구 생산 등의 활동과 함께 부동산 부문이 중국 GDP의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성장에 상당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디플레이션 우려를 나타내는 다른 지표도 있다. 지난 6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에 그쳤다. 같은달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4% 줄어 2020년 2월 이후 최대 감소 폭을 나타냈다.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지난 6월 사상 최고치인 21.3%를 기록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이념적, 정치적 측면을 고려하는 탓에 성장 전망을 상향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월가에선 중국 경제 성장 전망을 올해 중국 공식 GDP 목표인 약 5%보다 낮게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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