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LK-99가 상온 초전도체인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 분야 과학자들이 검증에 나섰다고 합니다.
이 논란을 둘러싼 ‘역사’를 살펴보다가 고(故) 최동식 고려대 명예교수(1943~2017) 이야기를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LK-99 논문 공저자 중 한 명인 이석배 퀀텀에너지연구소 대표가 최 교수의 제자라는 보도 때문입니다.
# 초전도체와 최동식 교수
최동식 교수는 화학자인데요. 독창적인 방법으로 초전도체를 연구했다고 합니다. 최 교수는 1993년 9월 과학동아와 비교적 전문적인 내용의 인터뷰를 했습니다.
물리학, 화학에 대해 ‘상식’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는 독자로서 인터뷰 기사를 읽었습니다. 내용이 너무 어려워 30% 정도 겨우 알아들을까 말까였습니다.
그런데 기사 중간에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말씀이 등장합니다.
과학동아 인터뷰를 그대로 인용합니다.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된다
기자와 세번째 만났을 때 비로소 그(최동식 교수)는 쉬운 예를 들어 자신의 이론을 설명했다. 그의 말이 이어진다.
“가장 이상적인 초전도체라면 임계온도도 높고 임계전류도 많이 흐를 수 있고 임계자장도 커야 되겠지요.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결국 필요에 따라 높일 수 있는 부분만 높여 사용하면 된다는 뜻이지요.
전류를 송전하는 전선에 초전도체를 사용하려면 임계전류가 높고 임계온도가 높으면 되지 임계자장까지 높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지요.
슈퍼컴퓨터에 초전도체를 사용한다고 했을 때는 아주 미약한 전류만 흐르면 되므로 임계전류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지요.”
# 상온 초전도체란?
이석배 대표 등 연구자들은 LK-99가 상온에서도 초전도체로서의 특성을 갖는다고 주장합니다. 글자 그대로 상온(Room Temperature)에서도 전기 저항 제로(0), 마이스너 효과(반자성)가 있다는 겁니다.
연구자들은 관련 동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이 영상을 놓고 초기 검증을 해본 다른 과학자들은 “LK-99가 초전도체인지 확정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서울=뉴시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상온 초전도체 주장 물질 ‘LK-99’ 연구에 참여한 김현탁 미 윌리엄앤드메리대 연구교수가 LK-99의 상온 초전도 현상을 입증할 새 영상을 인용 보도했다. (영상=뉴욕타임스)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
저처럼 과학을 상식으로 접근할 때 전문 학자들의 이론적인 논란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꼭 이해할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최 교수의 실용적 생각이 훨씬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초저온+저항 제로+반자성
엄밀한 과학적 정의에 따르면 초전도체 현상은 섭씨 영하 243도 이하에서 관측된다고 합니다. 이 보다 높은 온도에서 전기 저항이 영이고, 마이너스 효과가 나면 그걸 고온(?) 초전도체라고 부르는 모양입니다.
고온이라고 하지만 상상할 수 없는 낮은 온도죠. 초전도체에 대한 이론을 세운 세 명의 학자가 있는데요.
존 바딘(John Bardeen, 1908 ~ 1991), 리언 쿠퍼(Leon N Cooper, 1930~) 존 로버트 슈리퍼(John Robert Schrieffer, 1931 ~ 2019) 등입니다. 이 세 과학자 이름 앞머리를 따서 초전도체를 설명하는 이론을 ‘BCS 이론’이라고 한답니다. 이들은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습니다.
최 교수는 BCS 이론을 부인하지는 않지만, 과학동아와 인터뷰에서 그 이론에 갇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 생각 다르게 하기…BCS 이론에 갇혀 있지 말자
최 교수도 BCS 이론이 초전도체 현상을 매우 낮은 온도에서는 설명해주고 있다고 인정합니다. 그러나 이 현상을 보다 폭넓게 설명하는 다른 이론들이 옛 소련과 동구권 국가 과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제기됐다는 겁니다.
최 교수 스스로 유사한 이론(집단진동 collective oscillation)을 내놓기도 했구요. 과학동아 인터뷰에서 최 교수는 자신의 연구와 비슷한 결론을 유도한 “폴란드의 갈라스비치와 그의 스승이었던 옛 소련의 보골리우프를 찾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BCS 이론으로는 고온에서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론에 집착하면 상온 초전도체를 구현하기 어렵죠. 틀 밖에서 완전히 다르게 생각하면 상온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얘깁니다.
최 교수는 그러면서 “필요한 것만 취하면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 트릴레마 해결법
“(1)상온에서, (2)전기 저항이 제로이고, (3)자장도 마이스너 효과를 내고… 이 셋을 동시에 다 만족할 필요가 있을까?”
최 교수는 실용을 중시한 과학자였던 것 같습니다.
‘초전도체 전깃줄’을 만들어서 낭비 없이 전류를 흘려보낸다고 생각해보죠. 이때는 (1)상온+(2)임계전류 조건만 만족시키면 그만이라는 겁니다. (3)임계자장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는 거죠.
BCS 이론은 온도+저항+자장 어느 하나 벗어남 없이 다 갖출 것을 요구합니다. 폴란드와 소련 과학자들은 BCS 이론 범위 밖의 생각을 했고, 최 교수도 비슷한 생각을 한 것 같습니다.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본 겁니다. 최 교수의 제자(?)들이 LK-99를 그런 방식으로 만들었는지는 검증을 통해 밝혀낼 일입니다.
# 블록체인 트릴레마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답. 어디서 많이 들어본 문제입니다. 블록체인의 풀리지 않는 과제 트릴레마(Trilemma)죠.
블록체인이 속도, 확장성, 그리고 보안성까지 완벽하게 갖추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현존하는 블록체인 기술로는 이 셋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비트코인도 10 분에 블록 1 개라는 속도의 한계에 갇혀 있습니다. 이더리움, 카르다노, 솔라나, 아발란체, 폴리곤 등 여러 메인넷들이 트릴레마를 풀기 위해 등장했죠.
세 마리 토끼를 다 잡을 필요가 있을까요? 최 교수처럼 ‘생각 다르게 하기’를 받아들이면 의외로 답이 쉽게 풀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족. 우먼 동아닷컴 기사를 보면 최동식 교수는 독립운동가 외솔 최현배(1894~1970) 선생의 장손이라고 합니다. 최 선생은 조선어학회 창립 멤버이시죠.
최 교수의 부친은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출간한 정음사 최영해(1914~1981) 대표라는 군요.
최 교수 집안 삼대가 국어학, 문학, 화학 분야에서 큰 족적을 남긴 셈입니다.
같이 보면 좋은 기사
https://www.blockmedia.co.kr/archives/342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