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하반기에도 가계 대출 누증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한국은행 내부에서 나왔다. 치솟는 가계부채가 금융 안정과 성장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6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지난달 한은은 “6월중 은행의 가계대출은 증가규모가 확대됐다”면서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주택구입 관련 자금수요 확대, 입주물량 증가, 전세자금대출 증가 전환 등으로 큰 폭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은 그동안 고평가 국면을 보였지만 고금리와 경기 악화에 거래 감소가 맞물리며 지난해부터 빠르게 위축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다시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지역 주택 매매 상승률은 지난 4월 -0.34%에서 5월 -0.11%로 낙폭을 줄이다가 6월에는 0.05%로 상승 전환했다.
주택 시장이 회복 기미를 보이자 가계 대출도 증가세다. 은행 가계대출 증감폭은 3월 -7100억원에서 4월 2조억원으로 상승전환했고, 6월에는 6조원 더 늘었다. 주담대는 5월과 6월 각각 4조원, 6월 7조원 증가하며 가계대출을 주도하고 있다. 6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1062조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대해 한은은 “수요·공급 여건을 고려할 때 하반기 중 금융권 가계 대출이 과거만큼 빠르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00%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계대출 증가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금통위원 역시 하반기 가계대출 급증세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한 위원은 “대출태도가 완화된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질 경우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다른 위원은 “주택 매매거래가 회복되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가계대출이 그동안 감소 흐름에서 다시 증가로 전환됨에 따라 장기간 누증된 가계부채의 디레버리징(부채 감축)을 지연·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원들은 높은 가계대출 수준이 경제 회복의 발목을 잡을 것을 우려했다. 한 금통위원은 “높은 가계부채 비율과 부동산 PF대출 부실 문제 등은 향후 정책 운용의 폭을 좁히고 소비와 경기 회복 및 시장 심리를 억누르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다른 위원은 “세계 최고 수준인 GDP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더 상승할 경우 우리 경제운영에 제약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우려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5%로 43개 주요국 중 3번째로 높다.
최근 가계 부채의 급증 원인으로는 정부의 규제 완화 등 거시 건전성 정책에 변화를 거론한 금통위원이 다수였다. 기준금리가 지난 2월부터 3.5%를 유지하고 있지만 가계대출은 4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는 점에서다.
한 금통위원은 “최근 주택 대출의 증가는 정책 변화가 상당 부분 영향을 준 것”이라면서 “LTV(주택담보대출비율)와 DTI(총부채상환비율) 및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등을 감안해 거시건전성 정책 규제 강도를 지수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은 “전세보증금반환대출에 대해 DSR 규제를 완화한 것은 전세 시장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점을 인정하더라도 앞으로 시장에서 DSR 규제가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형성되지 않도록 면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정부의 정책 변화를 당부하는 발언도 나왔다. 또 다른 위원은 “규제 당국이 예전의 방식대로 관리하게 되면 가계부채 비율을 낮추기 어려워 보인다”면서 “저성장 기조하에서는 규제 당국도 가계부채 관리의 구조적인 측면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금통위원들은 통화 정책 운영에 가계 부채를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앞서 7월 금통위에서는 금리 결정의 이유로 처음으로 가계부채를 언급한 바 있다.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이창용 총재는 가계부채 문제를 통화 정책의 중요한 목표의 하나로 설정하고 대응하겠다고 시사했다.
한 금통위원은 “앞으로도 가계대출이 증가로 금융불균형 위험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며 “향후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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