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금융시장의 꼬리 위험(Tail Risk)에 투자하는 헤지펀드가 신용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5일(현지 시간) 포춘이 보도했다.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Universa Investments)의 마크 스피츠나겔(Mark Spitznagel)은 “정부 부채, 민간 부채가 너무 크고, 연준의 통화정책도 ‘통제할 수 없는 화재’를 만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니버사는 164억 달러(21.4조 원)의 자산을 운용 중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4000%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투자자 편지가 공개돼 논란이 된 바 있다.
다음은 포춘이 게재한 장문의 기사 요약.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투자책임자인 마크 스피츠나겔은 급격한 금융 위기에 대비한 옵션 및 위험 헤지 전략을 구사한다.
파생상품을 이용해 전쟁, 팬데믹 등 예측할 수 없는 경제적 재앙으로 인한 손실을 방지한다.(Tail Risk) 이른바 블랙 스완 이벤트를 이용해 돈을 번다.
스피츠나겔은 안전 자산인 금, 국채, 스위스 프랑 등에 투자 보다는 시장을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안전한 투자라고 할 때, ‘치료법이 질병보다 더 나쁜 경우’가 많습니다. 위험을 줄이기 위한 투자는 비용이 높고, 효율적이지 않으며, 장기적으로 전체 수익률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스피츠나겔은 “개인 투자자들의 경우에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조언한 대로 투자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며 “장기적인 관점에 집중하고, 미국에 반대하는 베팅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 조금씩 잃는 것을 좋아해라
스피츠나겔은 16 살 때부터 투자를 배웠다. ‘시카고 트레이딩 위원회의 베이브 루스’로 알려진 상품선물 트레이더 에버렛 클리프의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스피츠나겔은 클리프로부터 ‘블랙 스완 이벤트’와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 대처법을 익혔다. 클리프는 트레이더의 임무는 예측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을 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시장 변동으로 모든 것을 잃는 것보다 작은 손실을 감수하고 다음 거래로 넘어가는 것이 훨씬 더 나은 선택이었죠.”
스피츠나겔은 2007년 ‘지는 것을 좋아하는’ 전략과 예측에 의존하지 않는 헤지펀드를 만들었다.
주식시장 폭락 시 큰 수익을 보장하는 옵션을 이용해 장기간에 걸쳐 조금씩 꾸준히 손실을 감수하는 위험 완화 전략을 전문으로 한다.
‘블랙 스완’ 책의 저자이자 금융 수학자인 나심 탈렙은 유니버사의 자문 중 한 명이다.
두 사람은 1999년 스피츠나겔이 시카고 옵션 거래소에서 트레이딩을 잠시 쉬고 뉴욕대학교의 수학 금융 석사 프로그램에 등록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탈렙은 스피츠나겔의 스승이 되었고, 친구이자 공동 작업자가 되었다.
# 경이적인 수익률
스피츠나겔은 2007년 유니버사를 설립했다. 탈렙의 도움으로 꼬리 위험 헤지 전략을 개발해 펀드 운용에 적용했다. 보험과 같은 옵션 전략을 통해 심각한 시장 침체기에 폭발적인 수익을 올리는 전략이다.
경기가 좋을 때는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스피츠나겔의 대표 펀드인 ‘블랙 스완 보호 프로토콜’은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기에 4,144%의 수익률을 올렸다.
투자자에게 보낸 편지가 외부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된다. 시타델의 전 글로벌 전략가 데릭 카우프먼 등은 “유니버사의 수익률이 사실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좋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신용 버블
스피츠나겔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공공 및 민간 부채가 너무 크다는 것.
“우리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신용 거품에 빠져 있습니다. 숫자가 이를 말해줍니다. 우리가 레버리지의 시대, 신용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죠. 그 결과가 (위험을) 초래하게 될 것입니다.”
뉴욕 연준의 데이터에 따르면 1분기 미국의 총 가계 부채는 17조 달러로 사상 최대치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공공 부채는 지난해 사상 최고치인 92조 달러로 급증했다. 2000년 이후 400% 증가했다.
전 세계적으로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준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1분기 총 공공 부채 비율은 118%를 기록했다.
스피츠나겔은 연방 정부 부채에 대한 이자 비용 증가가 궁극적으로 1) 재정 지출을 제약하고 2)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며 중앙 은행이 현재 많은 사람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3) 낮은 금리를 유지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는 미국 정부 부채에 대한 순이자 지급액이 이번 회계연도에 총 3,955억 달러, 즉 2023년 전체 연방 예산의 6.8%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이는 미국 의회예산관리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가 발표한 수치다.
# 피치, 미국 국가신용등급 하향
그의 견해를 뒷받침하듯, 미국의 연방 예산 적자 증가와 ‘거버넌스 약화’로 인해 이번 주 피치는 미국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AA+로 하향 조정했다.
스피츠나겔은 공공 및 민간 부채의 증가는 주요 문제이지만, 연준도 경제를 위험한 성냥갑으로 만든 책임이 있다.
스피치나겔은 연준의 양적완화 정책이 “작은 불씨를 잘못 관리해 큰 불을 내도록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연준이 문제다
“소방관들은 일부러 작은 산불을 냅니다. 큰 산불을 막기 위해서죠. 미리 인화성 초목을 태우는 거죠. 이런 방지책은 소방관들이 그 불을 잘 관리할 때만 효과가 있습니다. 잘못하면 오히려 더 큰 산불을 냅니다.”
연준은 제로 금리와 양적 완화를 통해 자산 가격과 부채를 지속 불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스피츠나겔은 연준이 언제든 불이 붙을 준비가 된 금융 ‘불쏘시개 상자’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시스템에서 이 정도 수준의 총 부채와 레버리지를 본 적이 없습니다. 신용 거품이 터져야 한다는 거죠.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반드시 터져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스피츠나겔은 이런 위험한 상황에서 주식 시장 투자자들이 방심할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 짧은 ‘골디락스 존’의 비이성적 활기
연준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S&P 500 지수는 올해 들어 18% 가까이 상승했다. 스피츠나겔은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 대해 우려했다.
그는 미국에 상장된 주식의 총 시장 가치를 미국의 경제 생산량과 비교하는 워렌 버핏 지표라는 밸류에이션 지표를 주목한다.
버핏은 2001년 포춘과 인터뷰에서 이 지표를 “특정 시점의 밸류에이션을 나타내는 가장 좋은 단일 척도”라고 말했다.
스피츠나겔은 “버핏 지표가 (여전히) 너무 높다. 주가가 제대로 평가되었다면 버핏 지표는 지금보다 훨씬 낮아야 한다”고 말했다.
스피치나겔은 “많은 투자자들은 인플레이션이 낮이지고, 경제 성장이 지속되는 단기적인 추세에 매료되어 있다. 골디락스 영역처럼 보이는 현재에 도취 돼 있다. 장기적인 펀더멘털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현상이다”고 경고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피치나겔은 버핏의 전략을 따르라고 조언했다.
“비용이 낮고, 시장 전체를 추종하는 인덱스(지수)를 매수하세요. 시장이 20% 하락할 경우 어쩔 수 없이 매도해야만 하는, 그런 포지션은 아예 잡지도 마십시요.”
길게 보고, 단기적인 폭락에도 견딜 수 있는 포지션을 잡으라는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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