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한 주 만에 33원이나 솟구쳤다. 6개월 만에 최고 폭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여진과 미국 고용 지표 호조로 긴축 경계감이 더해지면서다.
문제는 여전히 더딘 중국 수출과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미국의 꺾이지 않은 물가 등 원화 약세와 달러 강세에 영향 미칠 발표가 줄줄이 대기 중이라는 점이다. 시장에서는 원·달러가 2달 만에 다시 1320원대를 돌파힐지 관심이 쏠린다.
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49분 현재 원·달러는 전거래일 대비 4.9원(0.37%) 내란 1304.9원에 거래되며 지난주 급등세를 일부 반납하고 있다.
앞서 지난 4일 원·달러 환율은 전일대비 10.7원 오른 130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가 1300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달 10일 1306.5원 이후 처음으로 원·달러는 장중 한때 1310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지난주 원·달러 상승폭은 32.8원으로 이는 올해 2월 3주차(2023년 2월 13~17일) 기록한 34.3원 이후 최고 오름세다.
최근 환율 상승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위험자산 회피 심리 여파에 미국의 긴축 경계감이 더해진 이유가 크다. 지난 2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 국가 신용등급을 최상위 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아래인 ‘AA+’로 하향했다.
지난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7월 비농업고용 지표는 18만7000만명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지만 실업률은 3.5%로 전망치를 하회했다. 임금상승률은 예상치(0.3%)를 넘는 0.4% 를 기록하며 미 연준의 9월 금리 인상설에 힘을 더했다. .
한동안 미국과 중국 경제 지표 발표가 줄줄이 이어지면서 환율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중국의 경기 개선세가 더디다는 점은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달 8일 발표되는 중국의 7월 수출입 지수에 대한 시장 전망치는 수출은 전년동월대비 -12.6%며 수입은 -5.0% 다. 중국의 경기 위축은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 지연으로 작용하며 원화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미국의 긴축 경계는 달러 강세에 힘을 보탤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시각 10일 저녁에는 미국의 7월 물가 지표가 발표된다. 시장 예상치는 전년 동월 대비 3.3%로 6월(3.0%)보다 높다. 기저 효과 둔화와 최근 국제 유가 반등에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달러 강세를 부추길 가능성이 없지 않다.
최근 증시 부진에 따른 외국인 자금 이탈도 원화 약세 요인으로 거론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지난 3일과 4일 외국인은 각각 1508억원과 2453억원을 팔아치웠고 코스닥에서는 각각 675억원과 915억원을 순매도 했다.
이날도 증시는 약보합을 보이고 있다. 오전 10시 58분 현재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0.01%(0.33포인트) 내린 2602.47에, 코스닥은 1.76%(16.16포인트) 떨어진 904.27에 거래 중이다.
다만 미국과 중국의 경제 지표 전망치가 이미 예상된 상황이었다는 점과 최근 원·달러 급등에 따른 역외 차익 실현 물량이 나오면서 한동안 원·달러가 숨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신한은행은 이번주 원·달러 예상 범위를 1290~1320원으로 전망했고, 하이투자증권은 이번주 원·달러 예상 밴드를 1280~1330원으로 제시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는 지난주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숨고르기 혹은 하락이 예상되지만 변수는 미국과 중국 물가지표”라면서 “미국의 근원 소비자물가가 시장 예상치에 부합한다면 경기연착륙 및 미 연준 금리 동결 분위기가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순매도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외국인의 주식 매매 추이도 수급 측면에서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여부를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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