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이제인 기자] “디플레에 대해 언급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어요. 중국 경제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고 홍보해야 합니다.”
“회사 홍보팀에서 디플레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았습니다.”
블룸버그는 8일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위험에 처해있다는 장문의 기사를 게재했다. 중국 경제를 분석하는 현지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들은 디플레에 대해 말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한다. 다음은 기사 요약
# 물건이 안 팔린다
중국이 3년 간의 엄격한 통제 끝에 팬데믹 봉쇄를 풀었을 때, 수제 가죽 신발을 판매하는 니에 싱콴은 대목을 기대했다. 완전히 빗나간 기대였다. 신발이 너무 안 팔려서 가격을 3% 인하했다.
고객 중 상당수는 코로나19 여파로 현금 흐름이 좋지 않다. 일부 소매업체는 신규 주문 보다는 재고 처분이 우선이다.
“모두가 버티고 있어요. 수익을 낮추더라도 (매출 증대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 중국은 디플레와 싸우는 중
중국은 디플레와 싸우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낮추려고 힘쓴 것과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도매, 소매 모두 경기가 약하고, 가격이 내려간다.
생산자 물가는 석탄과 원유와 같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해 2022년 10월 이후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수요일 발표될 7월 소비자 물가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2020년 말 이후 처음으로 소비자 물가와 생산자 물가가 모두 하락하는 셈이다.
GDP 디플레이터를 보면 중국은 이미 디플레이션에 빠져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디플레이션을 소비자물가지수나 GDP 디플레이터와 같은 “총체적인 물가 지표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 수출 급감
2020년 말과 2021년 초의 일시적인 물가 하락과는 양상이 다르다. 이번 소비자 물가 하락은 우려할 만한 상황이다. 당시에는 돼지고기 가격 하락이 주요 원인이었다.
지금은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중국 최대 시장의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면서 수출이 급감한 것에 원인이 있다.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임대료, 가구, 가전제품 가격도 떨어졌다.
테슬라의 가격 인하로 촉발된 자동차 제조업체 간의 가격 전쟁도 한 몫 했다. 올해 초 다른 주요 전기차 브랜드들도 큰 폭의 할인에 동참했다.
# 일본식 장기 불황?
광범위한 상품에 걸쳐 가격 하락이 장기간 지속되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미루면서 경제 활동이 더욱 위축된다. 기업들은 가격을 계속 인하할 수밖에 없다.
매출과 이익 감소로 이어져 기업은 투자와 일자리를 줄이게 된다. 일본이 수십 년 동안 겪었던 것과 같은 경기 침체를 초래할 수 있다.
# 일부 서비스 가격은 급등
중국에서 일본식 불황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모든 물가가 하락하고 있는 것은 아니며,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지출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텔 요금이 급등하면서 관광 물가는 6개월 만에 7.1% 상승했다. 레크리에이션, 교육, 의료 등의 서비스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 인민은행, 추가 부양책 내놓을까?
블룸버그가 조사한 경제학자들은 2023년 연간 인플레이션이 2009년 이후 가장 느린 속도인 0.8%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중국 물가가 연말부터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보다 강력한 부양책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수 밖에 없다. 인민은행은 위안화 약세, 부채 증가 등 여러 제약 조건도 따져봐야 한다.
인민은행은 시중 은행이 준비금으로 보유해야 하는 현금의 양을 줄이는 등 완화 조치를 암시했다. 경제학자들은 3분기에 중국의 정책 금리가 10%포인트 인하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즈호 은행의 수석 외환 전략가인 켄 청은 “중국 경제지표의 지속적인 약세는 소비를 계속 위축시킬 것이다. 가계는 실직과 급여 삭감의 잠재적 위험을 감안해 고가품 구매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 디플레이션을 둘러싼 불확실성으로 인해 인민은행이 추가 통화 완화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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