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김혜정기자] 코인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면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코인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인데요. 혹시 시가총액별로 차트를 보실 때 이더리움(ETH)과 이더리움클래식(ETC)을 보고 헷갈리신 적 있으신가요?
클래식이 붙었으니 이더리움클래식이 진짜 이더리움인가? 그냥 이더리움이 진짜 이더리움인가? 1초라도 혼란스러웠던 적 있으시다면,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의 관계가 궁금하신 분들이라면 주목해주세요!
오늘은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이더리움클래식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프로필
-시가총액 : 16억2354만430달러(한화 약 1조7363억7649만원)
– 유통량 : 1억113만4373 ETC
– 작업증명(Proof of Work)
– 비슷한 코인 : ETH, NEM, IOTA 등
◆이더리움클래식의 탄생…DAO와 그 몰락
이더리움(Ethereum)은 자율적으로 운용되는 스마트 컨트랙트와 탈중앙화된 애플리케이션으로 구성된 플랫폼입니다. 이더리움의 플랫폼으로 ‘크립토키티’나 ERC20 기반 암호화 토큰을 발행하는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는데요.
(자료=블록체인허브) |
2016년 5월에도 스마트컨트랙트를 기반으로 재밌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더리움 기반의 벤처 자본 세력인 다오(The DAO·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가 1억6800만달러를 펀딩하는 데 성공한 건데요. 펀딩의 목적은 스마트컨트랙트 기반 프로젝트를 돕기 위함이었죠. 다오의 주소에 이더리움을 보내면 다오 토큰이 지급됐는데, 이 다오 토큰 보유자들은 다오의 자금을 이용하고 싶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투표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달, 컴퓨터 과학자 디노 마크(Dino Mark)와 블라드 잠피르(Vlad Zamfir), 에민 귄 시러(Emin Gün Sirer)는 ‘다오가 설계한’ 펀딩 시스템에 문제가 있어 자금이 도난당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합니다. 하지만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사람은 없었습니다.
한 달 뒤 다오의 계좌에서 당시 7000만달러에 달했던 360만개의 이더가 무단으로 인출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자금 지급 기능의 결함으로 인한 문제였는데요. 해커는 다오의 스마트컨트랙트가 계좌 잔고를 최종으로 업데이트하기 전이어도 수차례 이더 지급을 요청할 수 있었던 겁니다.
◆28일 전에 막아야 한다…포크 소동
다오의 계정에서 이더를 더 인출할 수 있었음에도 어떠한 이유에서 인출을 중단한 해커. 이더리움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은 즉시 회의에 들어갔습니다. 해커가 가져간 돈을 무효화 하는 방법이 있었던 건데요. 다오 계좌에서 받은 투자금을 인출하는 데에는 28일이라는 유예기간이 존재했던 것이죠.
커뮤니티와 개발자들은 이 ’28’일이 지나기 전에 소프트포크를 하기로 투표를 통해 결정했습니다. 다오의 모든 거래를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것으로 설계한 건데요, 하지만 소프트포크를 앞둔 몇 시간 전! 서비스 거부 공격(denial-of-service-attack) 경로가 발견되고, 소프트포크가 중단됩니다. 이윽고 다오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으로 돌아가 다오가 받은 이더를 환불해주기로 하는 내용의 하드포크가 제안되었는데, 이 규칙대로라면 다오 토큰 보유자들은 100DAO 당 1ETH를 돌려받을 수 있었고, 이 하드포크는 커뮤니티를 양분하게 됩니다.
하드포크를 반대하는 쪽은 “코드가 법이다”,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일은 불변하며 결과에 상관없이 바꾸면 안 된다”, “환불조치는 ETH의 가치를 줄일 수 있다”, “긴급구제에 불과하다”, “이더리움 재단 개발자들이 다오의 투자자다” 등의 이유를 내걸었습니다.
반면 찬성하는 쪽은 “인간이라면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해커가 이익을 취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커뮤니티 개입이 필요하다”, “대량의 이더를 악의적인 사람에게 주는 게 ETH에게 더 큰 가치 하락을 가져온다”, “긴급구제가 아니라 원래 투자가들에게 자금을 돌려주는 것” 등을 주장했습니다.
이더리움과 이더리움클래식의 하드포크(자료=이더리움재단) |
투표 결과 이더 사용자들의 89%가 하드포크에 동의했고 2016년 7월 20일 1920000번째 블록을 기점으로 새롭게 떨어져나온 블록체인은 ‘다오’의 기록을 삭제하고 이더리움이 되었습니다. 기존 블록체인은 사라질 예정이었으나 하드포크에 반대하는 잔류 세력이 채굴과 거래를 이어갔고, 이더리움클래식이 되었죠.
◆이더리움과의 차이점과 클래식의 한계는?
이더리움클래식은 기본적으로 이더리움과 기능이 같습니다.스마트컨트랙트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고, 분권화된 앱인 댑(Dapp)을 제작할 수 있죠. 이더리움과 클래식 간의 또 하나의 큰 차이는 운영 철학인데요. 하드포크 논쟁에서 볼 수 있듯 클래식은 하드포크 당시 주장했던 “코드가 곧 법이다”라는 이념 하에 위변조 없는 블록체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이더리움클래식은 하드포크된 버전이기 때문에 이더리움과는 호환이 되지 않는데요. 현재 이더리움이 개선해 나가고 있는 부분들이 이더리움클래식과의 차이점이라고 보면 됩니다. 현재 이더리움이 작업증명(PoW) 방식에서 지분증명(PoS)으로 채굴 방식에 변화를 주려고 하는데, 이더리움클래식은 별도로 PoW 한계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더리움클래식은 이더리움 커뮤니티에서 좋은 시선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더리움 사용자 규모를 축소시켰다는 이유에선데요. 애초에 하드포크 반대 집단이 그리 크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커뮤니티 규모 또한 작습니다. 레딧의 이더리움클래식 채널 참여자가 1만8500명에 불과한데요. 3만2600명 정도 되는 비트코인캐시와 비교해 봐도 매우 적은 규모입니다.
◆이더리움클래식의 향후 전망은?
이더리움클래식 로드맵(자료=ETCDEV) |
3개의 개발팀이 각자 이더리움클래식 개선에 힘쓰고 있습니다. ETCDEV 팀과 이더리움커먼웰스(Ethereum Common Wealth), IOHK 그로탕디에크 팀(IOHK Grothendieck)인데요. IOHK는 이더리움을 얘기할 때 빼먹을 수 없는 찰스 호스킨슨이 CEO(최고경영자)로 있는 블록체인 개발사입니다. 카르다노를 개발한 곳이기도 하죠. 그는 2014년 이더리움 전 CEO로 활약하다가 비탈릭 부테린과의 의견차이로 이더리움에서 나온왔고, 하드포그 후 클래식에 다시 참여했습니다.
ETCDEV 팀은 ETC 에메랄드월렛(Emerald Wallet)뿐 아니라 댑(Dapp)을 제작할 수 있는 ‘에메랄드 소프트웨어 개발자 기트’를 제공하고 있으며 포크 이후 이더리움 클라이언트 소프트웨어 게스(Geth)를 별도로 개발하기 시작해 클래식 게스(Classic Geth)로 발전시켜나가고 있는데요. 현재 오리지널 코드에서 50% 이상을 새로 작성하거나 수정해 사업 친화적인 버전으로 개발했습니다.
또 차세대 EVM(이더리움 가상머신)이라 불리는 스푸트니크(Sputnik)VM도 서비스중인데요, 이더리움에서 ‘가상머신’은 네트워크에 있는 수많은 노드들끼리 충돌을 방지하는 분산 컴퓨터로, 스푸트니크VM은 다른 종류의 이더리움 블록체인과 호환되는 버전입니다.
이더리움클래식은 2018년 도약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올해 새 프로젝트로 사이드체인 기술을 개발에 주력하며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본격 진출할 것을 예고했는데요. 스푸트니크VM도 IoT에 접목할 수 있도록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하네요. 이 밖에 작업증명 방식의 채굴에는 일정 기간마다 채굴 난이도가 증가하는 ‘난이도 폭탄(Difficulty Bomb)’ 구간이 있는데요. ETVDEV 팀은 올해 난이도 폭탄을 없애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원칙을 고수하며 되도록 많은 개발자들과 플랫폼을 공유하고자 하는 이더리움클래식. 그들은 종종 타협하지 않고 무엇이든 최고를 지향하는 맥시멀리스트라고도 불리지만 순수주의자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탈중앙화’가 핵심인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의 세계에서 이더리움클래식은 진정으로 분권화가 이루어지는 몇 안 되는 블록체인이라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 블록미디어는 해당 암호화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음을 알립니다. 실제 투자를 하실 때는 각자의 분석과 판단에 따라 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