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이주혜 기자 =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우상향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 채권을 비롯한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당분간 오름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 구입을 위해 대출받은 차주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전날 기준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연 3.89~6.173%로 나타났다.
5대 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2주 전(7월26일) 연 3.95~5.81%로 금리 상단이 5%대였으나 6%대로 올라섰다.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08~6.918%로 금리 상단이 7%대를 바라보고 있다.
주담대 고정금리가 급격히 오른 것은 대출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채권금리가 상승해서다. 금융채(AAA) 5년물 금리는 4일 4.353%까지 뛰었다. 앞서 5월에는 3.8%대까지 하락한 바 있다.
이는 국내 채권시장에 영향을 주는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미 국채 10년물은 3일 4.18%로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국채금리는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재정악화와 국가채무 부담 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고 미 재무부가 3분기 장기채 발행 규모를 늘리기로 하면서 상승했다. 미 채권금리는 전 세계 채권시장의 기준 역할을 한다. 이에 국고채 금리가 오르면 은행권 대출금리도 영향을 받게 된다.
변동금리도 오름세다.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5월과 6월 두 달 연속 올라 4월보다 0.26%포인트 상승했다. 코픽스가 오르면 금리 재산정 주기가 도래한 기존 대출자의 금리도 상승한다.
은행권 관계자는 “미국의 영향으로 채권금리가 오르고 예금금리 상승에 코픽스가 오르는 등 시장금리가 상승하면서 주담대 금리도 우상향하고 있다”며 “당분간은 계속 오르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금리 상승에도 가계대출 잔액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7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8조1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6조원 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담대는 820조8000억원으로 전월보다 6조원 늘면서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 주담대 잔액은 5개월 연속 상승세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도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다. 지난달 말 기준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 전월보다 1조원 가까이 늘었다.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868억원 증가해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보다 집값 상승이 가파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주담대가 늘어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차주의 이자부담이 커지는 만큼 금리가 오르는 데 가계대출이 늘어나는 게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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