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최근 초전도체주 주가 폭락을 놓고 5년 전과 유사한 ‘고빈도 알고리즘(초단타) 매매’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는 주가 상승과 하락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그 폭을 확대하는 성향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가는 이미 세 차례의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며 당국의 행정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지난 4월말부터 이미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에 대한 사전 의무화가 실시됐고, 별도의 식별코드(ID)가 부여돼 조만간 확인될 전망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안타증권은 지난 8일 초전도체 관련주 하락에 대해 제2의 시타델 DMA(Direct Market Acess) 사태가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초전도체 관련주 급락은 사실상 20분만에 완료됐다. 7거래일 간 반영된 이슈인 점, 개인투자자 분포를 감안하면 조정시간이 매우 짧은 편”이라며 “패닉셀의 투매로 평가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는 “짧은 시간의 거래량 폭증과 호가 하락에서 알고리즘 매매와 주로 사용되는 DMA 거래가 의심된다”며 “2017~2018년 시타델 DMA 사태 당시, 호가 생성과 취소의 단기 알고리즘 매매로 주가 급등락을 경험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시타델증권은 2017년~2018년 메릴린치 창구를 통해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를 진행했다. 이같은 형태의 투자가 지속되자 국민청원이 이뤄졌고, 결국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조사 결과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를 통해 미리 정해진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단기간에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당국은 총 264개 종목, 6796개 매매구간에 대해 시장 질서 교란행위를 했다고 판단해 시타델증권에게 119억원 규모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유안타증권은 또 지난 6월26일(HD현대인프라코어·HD현대건설기계), 지난달 12일(셀트리온 3사)과 26일(2차전지·리튬 관련주)에 비슷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고 연구원은 “시타델 케이스와 유사한 점은 외국인 수급 측면에서 과도한 매수, 매도량의 회전율이 발견되는 점”이라며 “외국인 거래 출회수준은 당시보다 더 높으며, 개인 거래 회전율은 더 높은 편”이라고 분석했다.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는 주가의 변동성을 높인다는 단점이 있다.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가 많을수록 거래량이 급격하게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가 하락 시에는 매물이 더 쏟아지게 되고, 주가 상승 시에는 더 많이 사들여 상승 폭을 키운다.
주가 급락의 대표적인 예로는 2010년 ‘플래시 크래시’ 사건이 있다. 같은해 5월6일 미국 다우존스지수는 거래 종료 15분을 남기고 특별한 악재 없이 약 9%가 폭락했다. 이후 조사 결과 초단타 선물 트레이더가 대규모 매도 주문을 각각 다른 가격대에 동시에 일으키는 스푸핑의 변형인 이른바 ‘레이어링 기법’으로 시장에 대규모 거래를 일으킨 것이 원인으로 확인됐다. 또 2018년 2월에도 알고리즘 매매로 인한 미국 증시 급락 현상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2018년 메릴린치 창구 주문으로 인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사례가 자주 발생했다. 강보합으로 출발한 종목을 2분에서 4분 간격으로 매수해 주가를 올린 뒤 마감 1시간을 앞두고 매물을 쏟아내는 방식이다. 0.3% 상승 출발했던 종목이 한 때 8% 상승세를 기록하다가 4% 상승으로 마감하는 방식이다.
이에 유럽에서는 관련 규제 법안을 내놨고, 미국의 경우 대규모 거래자에게 고유번호를 부여해 거래를 추적할 수 있도록 했으며 자율규제기관(FINRA) 등록을 의무화했다.
고 연구원은 “부족한 리소스 하에서 조종 행위는 고도화되고 있고 법리적 절차 진행까지 심의 절차가 복잡하지만 투자자의 리스크 노출은 매 거래일마다 진행되고 있다”며 “거래질서 문란 계좌 지정 등 행정적 조치에 대해 당국이 좀 더 과감해질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단타 고빈도 알고리즘 매매 여부는 조만간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4월25일부터 고속 알고리즘 거래에 대한 사전 등록을 의무화했으며 ID를 통해 거래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고속 알고리즘 거래에 대한 신고를 받고 있으며 시장감시위원회에서 모니터링도 이뤄지고 있다”며 “사후적으로는 거래 행태도 살펴본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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