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감소에 지나치게 주목하는 시장
#소비 둔화 선명해지면 작년 같은 급등은 어려울 것
[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올해 들어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최근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산유국들의 감산으로 타이트해진 수급 여건이 가격 상승을 부추긴 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확전 여파 등이 겹치면서 당분간 유가는 위를 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작년처럼 유가가 100달러를 시험할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나 중국을 필두로 더뎌지는 소비량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유가 ‘9개월래 최고’
9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7% 상승한 배럴당 84.36 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유가의 벤치마크 북해산 브렌트유 선물 역시 전거래일보다 1.6% 상승한 배럴당 87.54 달러로 지난 1월 27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산유국들의 감산에 이어 미국의 휘발유 재고까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나자 공급 감소 불안이 고조된 영향이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7월 원유 생산량이 하루 2779만배럴(bpd)로 6월보다 90만bpd 급감했다는 블룸버그 서베이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당시(100만bpd) 이후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OPEC과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지난 6월 회의에서 자발적 감산 기한을 내년 말까지 유지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사우디가 100bpd 정도 감산하면서 7월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여기에 미국에서 ‘드라이빙 시즌’인 여름 휴가철 수요와 무더위에 따른 냉방 수요 급증으로 휘발유 재고가 급감하면서 유가 상승에 기름을 부었다.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흑해를 중심으로 전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원유시장 참가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다.
앞서 3일에는 러시아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에 있는 러시아 해군기지에서 해상 드론이 러시아 군함을 타격하는 일이 발생하며 원유 공급 우려를 부채질했다.
◆ “작년 고점은 무리”
월가 전문가들은 원유 시장의 공급 부족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판단하고 유가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당장 사우디가 하루 100만 배럴의 자발적 원유 감산을 오는 9월까지 연장하기로 했고, 러시아도 9월 한 달간 원유 공급량을 하루 30만배럴씩 감축한다고 밝혔다.
영국의 에너지 시장조사기관 에너지 에스팩츠의 크리스토퍼 하인스 분석가는 “8월 말에는 올 상반기 재고량이 바닥날 것”이라며 “사우디의 감산이 공급 부족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OPEC 모두 올해 원유 수요가 공급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공급 부족이 계속 이어질 경우 내년 2분기 국제유가가 배럴당 93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거래가 가장 활발한 브렌트유의 경우 100달러 전망도 나온다.
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해소되기보다는 확전될 가능성이 높아 공급 불안을 부추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브렌트유 가격이 올해 말까지 배럴당 86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고, JP모간은 브렌트유의 가격이 3분기 말 배럴당 86달러까지 상승한 후 4분기에 재고가 다시 증가하면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급등세가 작년처럼 120달러선까지 치솟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원유 수요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됐던 중국에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0.3% 내리며 2021년 2월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불거진 점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시티인덱스닷컴은 원유 선물 가격이 85달러까지 오를 가능성은 높으나 단기적으로는 가격이 과매수 신호를 보이고 있어 다시 유가가 후퇴해도 놀랍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국과 미국 등에서 나올 지표들이 경기 둔화 우려를 더 자극할 경우 유가 랠리에도 일단 브레이크가 걸릴 것으로 봤다.
kwonji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