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James Jung 기자] 월스트리트에서 진짜 큰 돈은 주식시장에 있지 않습니다. 채권시장에 있죠.
뉴욕 현지 시간으로 10일 미국 재무부는 230억 달러(30.2조 원) 규모의 30년 만기 국채를 발행합니다. 입찰 결과에 따라 단기적인 시장 방향이 결정될 수 있습니다. 이날 나오는 소비자물가 만큼이나 입찰 결과가 중요합니다.
레거시 금융시장 뿐 아니라 비트코인을 포함한 디지털 자산시장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고래 중의 고래, 국가급 펀드와 연기금의 돈이 미국 국채 시장에 투입되기 때문입니다.
# 리플 시총이 왔다갔다하는 시장
미국 재무부는 이번주에 3년 만기 국채 420억 달러(55.2조 원), 10년 만기 국채 380억 달러(50조 원) 어치를 팔아 치웠습니다.
3년, 10년 모두 성공적인 입찰 결과를 냈습니다. 특히 10년물은 시중 금리가 4.022%인데도, 실제 낙찰 금리는 3.999%로 낮았습니다.
채권이 낮은 금리로 발행됐다는 얘기는 투자자들이 비싸게 샀다는 뜻입니다. 미국 국채를 사겠다고 돈을 들고 줄을 섰다는 뜻입니다.
금리 0.023%포인트 차이인데 무슨 대수냐구요? 10년 동안 50조 원 채권 이자를 계산하면 그 차이가 2300억 원이 넘습니다.(연이자 월복리로 환산)
이날 10년 만기 국채 입찰에 참가한 채권 트래이더 입장에서 생각해보세요. 자기가 써낸 입찰 금리가 소수점 둘째 짜리에서 몇 천억 원 이자 차이를 만들어 냅니다.
참고로 리플 시총은 331억 달러입니다. 이번에 발행된 10년물 국채가 리플 시총보다 큽니다. 진짜 돈 싸움은 채권시장에서 벌어집니다.
# 왜 미국 국채가 인기인가?
피치는 미국 국채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강등시켰습니다. 그런데도 미국 국채는 인기입니다.
재료에 우선하는 것이 수급입니다. 미국 국채의 인기도 수급에 있습니다. 미국 정부는 올해 상반기 국가부채한도 문제로 의회에서 싸움을 하는 통에 국채 발행을 하지 못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이 합의를 한 후에 채권을 대규모로 발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국채 공급이 없었기 때문에 대기 수요가 많았던 것이죠.
거시적으로도 채권 투자가 매력적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시타델 증권의 글로벌 채권 담당자 마이클 드 패스는 블룸버그 TV에 출연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현재로서는 채권 공급이 수요에 빨려 들어가고 있다. 채권시장이 대량의 미국 국채를 잘 처리하고 있다. 물론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
드 패스는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고 있는 것이 채권 투자를 자극하는 첫번째 요인이라고 말했습니다. 마침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발표되죠.
물가 발표 이후에 30년 만기 미국 국채가 앞서 3년물, 10년물 만큼 흥행에 성공한다면 월가 분위기는 훨씬 좋아질 겁니다.
연준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채권시장에서는 “내년에 금리가 내려간다”가 대세입니다. 국채가 발행될 때마다 대기표를 받고서라도 채권을 사야하는 것이죠.
# 비트코인에 유리한 환경은?…강력한 채권 투자 수요가 분산될 때
그렇다면 비트코인 가격에 유리한 환경은 언제 조성될 까요?
일단 미국 국채의 인기가 떨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트코인 등 ‘대체 투자’ 시장으로 자금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미국 국채로 돈이 몰리면 아무리 재료가 좋아도 코인 가격은 오르기 힘듭니다.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가 약해지는 시점을 찾아야 합니다. 현재 시장 유동성은 안전 자산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이게 깨져야 합니다.
미국 국채 입찰에 참가한 수요처를 봐도 유동성 쏠림 현상을 알 수 있습니다
월가의 대형 투자은행 24개는 프라이머리딜러(PD)라고 해서 국채 입찰에 우선적으로 참여합니다. 이번 국채 입찰 시즌에 PD에 배정된 물량은 10% 정도입니다. PD를 통하지만 간접적으로 응찰한 투자자들에게는 무려 74%가 배정됐습니다.
간접 응찰자들은 해외 연기금, 국부 펀드 등이 대부분 입니다. 전 세계의 유동성이 ‘안전한 미국 국채’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등 대체 투자 자산으로 유동성이 분산 배치 되기 위해서는 안전 자산 투자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야 할 것 같습니다.
시기적으로 3분기 말~4분기 초에 유동성 재배분이 이뤄지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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