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문예성 기자 = 중국에서 경기 침체 속 물가가 하락하는 이른바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미국의 인플레이션보다 더 심각한 사안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발표된 미국과 중국의 통계수치와 전문가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신문은 “세계 2개 주요 경제 대국이 상반되는 경제 문제를 겪고 있다”면서 이날 발표된 7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해 전망치인 3.3%를 밑돌았지만,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인플레이션 목표인 2%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는 사실과 중국의 7월 CPI 상승률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0.3% 하락해 2년 5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된 사실을 상기시켰다.
신문은 6월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은 21%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중국의 경제 상황은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어 신문은 “중국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GDP증가율) 목표치를 5% 안팎으로 설정했지만, 블룸버그 이코노미스트들은 정상적인 상황에서 중국의 성장률은 3%에 가까울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에서 국제 무역 감소, 정부 부채 급증, 부동산 투자 위축 등 많은 걱정스러운 징후가 관측되고 있다”고 부연했다.
신문은 “중국과 미국의 경제 문제는 모두 코로나19 팬데믹이 초래했지만, 중국이 겪는 문제가 미국의 사안보다 더 심각하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은 ‘제로 코로나’ 초강경 방역정책으로 미국 등 다른 국가보다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지만, 이런 방역 정책을 너무 갑작스럽고 혼란스럽게 종료해 훨씬 더 나쁜 ‘경제 후유증(hangover)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애덤 포센 피터슨국제연구소 소장은 최근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어페어스에 기고한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코로나19를 겪은 중국인들은 경제 불안 속에서 돈을 저축하고 있는데 중국의 저금리 정책에도 디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WP는 “중국의 디플레이션의 영향이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식 장기 불황’의 영향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2023년의 중국은 30년 전의 일본과 다르며 중국의 인구는 14억으로 일본 인구의 10배가 넘는다”면서 그 영향이 더 충격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밖에 “중국에서는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공식적으로 금기시되는 등 중국이 최근 몇년 간 더 폐쇄된 독재국가로 가고 있는 것도 우려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 뉴욕타임스(NYT)의 칼럼니스트 폴 크루그먼은 지난달 칼럼에서 “일본의 경제 몰락은 평화로운 과정을 거쳤는데 일본 정부는 젊은 사회에서 노인 사회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경제 문제를 비교적 잘 처리했다”면서 “같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겪고 있는 중국은 그렇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중국은 인구 고령화 문제를 가까운 시기 내에 처리하지 못할 것이라는 예상했다.
‘중국이 일본의 뒤를 이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크루그먼은 “그렇지 않을 것이며, 중국의 문제는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WP는 “중국 이외 국가들은 중국의 경제 상황을 면밀하게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는 중국의 경제적, 정치적 혼란이 세계 다른 국가에 예상치 못할 결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포센 피터슨국제연구소 소장을 인용해 “중국의 경제 문제는 미중 경제 경쟁을 잠재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고, 미국을 초월하는 중국의 꿈을 영원히 지연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phis73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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