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지난달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우리나라와 미국의 기준금리 차이는 역대 최대인 2%포인트까지 벌어졌습니다.
얼핏 생각하기엔 미국과 우리나라의 금리 역전차가 확대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한국 주식과 채권 수익률이 미국에 비해 떨어지면서 운용할 유인이 사라집니다. 이에 따라 외국인들은 자금을 대거 빼내 이는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죠.
특히 환율 상승에 따라 수입물가가 오르게 되면 무역수지 악화로 연결되며 국내 물가도 높아집니다. 한국은행이 물가 관리를 위해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하면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우려도 있죠,
하지만 기준금리 역전차가 확대된 20여일이 지난 현재에도 외국인 자금 동향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원·달러 역시 변동성이 크지 않고요. 금리차 확대에 따른 자본 유출이라는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은 셈이죠.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10억4000만 달러 순유입을 기록했습니다. 직전달 주식시장에서 3억1000만 달러를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7월에 되레 4억4000만 달러를 사들였습니다. 8월 코스피 시장에서도 10일까지 2365억원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왔습니다.
예상과 달리 대규모의 외국인 자금 이탈이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미 연준의 7월 정책금리 인상이 일찌감치 전망됐다는 점과 함께 과거와 달리 최근 금리 차이가 자본 유출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줄었다는 점이 꼽힙니다.
외국인의 자금 유출입에 대해 단순히 금리차로만 설명하기에는 경제 구조가 너무 복잡해졌기 때문이죠. 실제 한·미 금리가 역전됐던 2000년과 2006년, 2018년에도 현격한 자본 유출은 없었습니다.
특히 지난해 하반기부터 우리나라와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차가 계속해서 확대되고 있지만 국내 증시에는 되레 외국인 자금이 밀려들고 있죠.
한·미 정책 금리 차이가 1% 내외였던 지난해 4분기 외국인의 증권 투자자금은 85억 달러를 보였지만, 1.25%포인트로 확대된 올해 1분기에는 되레 150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1.75%포인트로 늘어난 2분기에는 182억 달러로 더 높아졌습니다.
금리 역전차보다 어떤 점이 크게 작용했을까요? 전문가들은 국내 경제 상황과 기업들의 펀더멘탈이 더 중요한 잣대가 됐다고 말합니다. 올 하반기 수출 회복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늘었다는 설명입니다.
중국 경기 회복에 국내 반도체 경기 반등이 예상되면서 신흥국 중에서 투자할 국가로 우리나라만한 곳이 없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한·미 금리차 2%에서 얻는 수익보다 우리나라에 투자해서 가져갈 몫이 더 매력적이라는 얘기죠.
자본 유출 우려가 줄었다는 점은 분명 한은이 통화정책을 운영하는데 부담을 덜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정책금리 인상에도 한은이 5차례 연속 기준금리 동결에 나설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겠죠.
그렇다면 열흘 앞으로 다가온 8월 금통위에서는 어떨까요. 잡혀가는 물가와 함께 금리차에 대한 긴장감이 줄어든 만큼 한은의 금리 결정에 대한 무게 추는 경기 부진과 가계부채로 옮겨지는 모습입니다.
예상보다 경기 회복세가 더디다는 점에서 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주장과 가계부채 급증이 우려되는 만큼 금리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습니다.
다만, 금융권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린 한은이 5회 연속 동결하고 시장을 관망할 가능성을 가장 높게 봅니다. ‘7인의 현인’으로 불리는 금통위원이 어떤 식으로 경제 난관 해법을 제시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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