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가 위기다. 생산과 소비가 부진해지면서 ‘세계의 공장’ 또는 ‘세계의 시장’으로서 위치는 흔들린 지 오래다. 심각한 청년 실업에 탕핑족(몸과 마음이 지쳐버리면서 아예 더는 노력하지 않는 청년)이 느는 추세다. 세계 1위 인구 국가 위치도 인도에 내주었고, 인구 고령화로 미래의 경제 활력도 기대하기 어렵다. 여기에 최대 부동산개발업체 비구이위안의 부도 위기는 산업 전반은 물론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뉴시스는 4회에 걸친 기획 연재물 [중국이 흔들린다]를 통해 중국 경제의 위기 현황과 그 원인을 진단하고, 국내 금융 증권 시장, 산업 및 부동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문예성 최현호 기자 =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중국 경제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부풀었다. 세계가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를 주목했다. 그러나 중국 경제에 각종 침체 신호가 나오면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시장엔 불안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최근 중국 경제지표들은 기록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는데다, 중국 경제의 주요 축 중 하나로 꼽히는 부동산 시장까지 흔들리고 있다.
◆비구이위안부터 부동산 신탁사까지…줄줄이 위기
16일 외신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을 시작으로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지난 7일 비구이위안은 만기가 도래한 액면가 10억 달러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 달러(약 302억원)를 갚지 못하면서 디폴트 위기에 빠졌다. 이어 지난 14일에는 역내채권 중 회사채, 사모채권 등 11종의 거래가 중단됐다. 이날 비구이위안의 주가는 하루 만에 18.37%나 하락, 2007년 4월 상장 이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서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순손실이 450∼550억 위안(약 8조2000억∼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중국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서면서 비구이위안의 지난해 실적이 고꾸라진 것이다.
비구이위안은 2017~2022년 매출 기준 중국 1위 부동산 개발업체로 꼽혀 온 곳이다. 신규 주택 판매 기준으로는 지난해까지 5년 연속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수·수출 심각한 부진에 이어 부동산까지 흔들려
비구이위안으로 시작된 중국 부동산 위기는 점차 번지고 있다.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인 위안양(시노오션)도 2024년 만기 2094만 달러(약 278억6000만원) 채권의 이자를 상환하지 못하면서 해당 채권은 홍콩증권거래소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뒤이어 중국 부동산 신탁회사 중릉국제신탁이 약 3500억 위안(약 64조원) 규모 만기 투자 상품에 대한 돈을 고객들에게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도 이어졌다.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 조짐은 지난달에도 있었다.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완다그룹이 디폴트 위기를 겪다 지분 매각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외신들은 2021년 헝다그룹 사태에서 시작된 중국 부동산 디폴트 위기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비구이위안 등의 부동산 위기까지 연달아 겹치면서 중국 경제 전반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부동산은 내수, 수출과 함께 중국 경제의 3대 축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비구이위안이 중국에서 벌인 건설 프로젝트는 3000여건이나 된다.
무디스투자서비스는 보고서를 통해 비구이위안의 위기가 부동산 산업 전반과 금융시장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 심리를 더욱 약화시키고 중국 부동산 부문의 회복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소매판매와 산업생산 급격한 둔화…”청년실업률 사실상 46.5%”
중국 부동산 시장 위기는 코로나19 종료 이후에도 중국 경제 전반이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도 관련성이 있다. 주택 거래를 포함해 시장 전반은 침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중국의 주요 경제지표는 모두 부진한 수치를 기록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은 7월 소매판매가 전년 동월 대비 2.5% 늘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증가율이 가장 낮고 시장 전망치(4.5%)도 밑돌았다. 소매판매는 백화점, 편의점 등의 업황을 반영한 지표로 내수 경기를 가늠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7월 산업생산 또한 3.7% 증가하면서 예상치(4.6%)를 밑돌았다.
7월 실업률도 전월 대비 0.1%포인트 높은 5.3%를 기록했다. 당국은 이달부터 청년실업률(16∼24세) 발표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어 공개하지 않는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중국의 청년실업률은 4~6월 각각 20.4%, 20.8%, 21.3%에 달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거듭 경신해 왔다.
일각에선 중국 청년의 절반이 실업상태라는 주장도 나온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장단단 베이징대 국가발전연구원 부교수는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집 등에서 살면서 일자리를 구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포함한 잠재적 청년실업률은 46.5%로 추산된다”고 진단했다.
이보다 앞서 나온 경제지표들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다.
7월 중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0.3% 하락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한창 진행되던 2021년 2월 이후 2년5개월 만이다. 중국의 7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9.3으로 기준점 50을 하회했고, 7월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4.5%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인민은행, 유동성공급 나서…소비지출 회복이 관건
이 가운데 중국 인민은행은 이날 단기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방법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하지만 경제 시스템 전반이 무너진 상황에서 이같은 단기 유동성 공급이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구심이 큰 상황이다.
중국 경제가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빠졌고, 장기 침체에 돌입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내년 중국 경제성장률을 4.5%로 제시했다. 5.2%로 예상되는 올해 경제성장률보다 낮은 수치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경제 둔화 문제가 소비지출 여부에 달려있다고 본다고 로이터통신은 보도했다.
중국의 가계 소비 비율은 코로나19 이전에도 세계 최저 수준이었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예상과 달리 살아나지 않았다. 또 중국 경제가 부채를 통한 투자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언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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