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아인 기자] NFT 생태계가 절체 절명의 위기에 빠졌다. NFT 프로젝트와 마켓플레이스는 저조한 거래량에 어쩔 줄 몰라하고 있다.
지난 7일간 NFT 마켓플레이스 전체 평균 거래량은 8000 ETH 미만이다. NFT 거래량이 최고로 많았던 2022년 5월 NFT 거래량은 20만 ETH으로, 현재 주간 최대 거래량 대비 4%에 불과하다.
내로라하는 NFT 블루칩들도 고전 중이다. 마켓플레이스 거래량 1위 블러(BLUR) 기준, 일주일간 NFT 블루칩들은 적게는 15%, 많게는 41%까지 가격이 급락했다.
펏지펭귄의 바닥가는 3.75ETH, 아즈키는 3.59ETH, 문버드는 1.19ETH, 클론엑스는 1.17ETH다. 지루한 원숭이 요트 클럽(BAYC, 별칭 베이시)도 23.24ETH까지 하락했다. 밀라디가 5.36%로 가장 적게 하락해 바닥가가 3.98ETH에 거래 중이다.
잘 버티던 디갓이 가장 큰 하락 폭을 보였다. 디갓은 한 주간 40.57%하락해 3.85ETH가 바닥가다.
# 디갓, 다운그레이드 발표에도 ‘40.57%’ 하락
디갓(Degod)은 대표적인 블루칩 중 하나다. 디갓에 이어 만든 윳츠(yoots)까지 성공시킨 디랩스는 NFT 빌더들부터 투자자들에게 ‘NFT 비즈니스 교본’으로 불린다. 사업을 영리하게 일궜다는 것. 디랩스가 던진 두 번째 도전장은 침체기라는 강한 벽에 고꾸라지고 말았다.
디갓은 솔라나(SOL) 가격이 최고점을 찍은 2021년 솔라나 체인 위에서 빌딩해 팬덤을 형성했다. 지난해 11월 FTX 사태 이후 솔라나가 가라앉았다. 디갓은 기민하게 움직였다. 12월 디갓은 거래량이 가장 많은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했다. 윳츠는 폴리곤으로부터 40억원에 이르는 지원금을 받고 폴리곤으로 이주했다.
디갓의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은 성공적이었다. 마이그레이션 시작 직후 바닥가 600 SOL(당시 한화 1600만 원)에서 10.5ETH(한화 2500만 원)까지 가격이 상승했다. 마이그레이션 다음 단계가 필요했다.
# 포인트 팔러…실패한 전략
폴리곤으로 체인을 이동한 윳츠마저 폴리곤 NFT 생태계에서 활발한 거래량이 나오지 않았다. NFT 프로젝트들은 NFT 마켓플레이스에서 거래될 때 얻는 로열티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결국 올해 8월, 윳츠는 지원금을 반환하고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을 선언했다.
윳츠 마이그레이션과 동시에 정체된 디갓 거래량에 변화를 주기 위해 디갓은 ‘다운그레이드’와 포인트 팔러(Points Parlor)라는 전략을 선택했다. 포인트 팔러가 디갓 가격 폭락을 불러왔다.
NFT 다운그레이드는 ‘아트 품질 후퇴’를 의미한다. NFT 특성(트레잇, trait)을 간소화시켜 미니멀리즘에 맞게 만든다는 게 디랩스의 설명이다. 디갓은 커뮤니티가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했다. 디스코드를 통해서 디갓 NFT마다 특성을 자유롭게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게 했다. 여기에 이미지 생성형 AI인 미드저니 프롬프트를 도입해 AI까지 접목했다.
포인트 팔러는 운에 기반한 경품 추첨이다. 디갓을 스테이킹을 해서 얻는 포인트로 팩을 구매하면, 팩에 담긴 상품을 받는다. 팩 가격은 사용자가 어떻게 플레이하냐에 따라 달라진다. 팩에는 테슬라 모델3, 14인치 맥북 프로, 루이비통 지갑, 크록스, 펏지펭귄 인형 등 상품이 들어있다.
한 투자자는 “과거 디갓은 NFT를 보유하면 DUST라는 토큰을 줬다. 그러나 이더리움으로 마이그레이션하면서 더스트 발행을 멈췄다. NFT 보유자들이 창출할 수 있는 수익이 사라졌다. 포인트 팔러가 잘 구축되지 않아 디갓의 수익 모델이 무너졌다”라고 평가했다.
NFT 업계 종사자는 “포인트 팔러는 오래 전부터 운영해왔다. 다만 용처가 너무 운에 치중됐다. 사람들이 이에 의욕을 잃고 던진 걸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살길 찾는 NFT 마켓플레이스들… NFTFi부터 제로 로열티까지
마켓플레이스 거래량 1위인 블러(BLUR)는 지난 5월 NFT용 P2P 랜딩 프로토콜을 출시했다. NFTFi를 만들겠다는 것.
블러의 랜딩 프로토콜인 블랜드(Blend) 백서에 따르면, 블러의 NFT 대출은 고정 이율로 만기일이 없다. 오프체인에서 경매가 이루어지고, 이더리움 체인에서 결제가 이루어진다. 블러는 블랜드에서 기존 마켓플레이스에서 계속 사용해 왔던 더치 경매(값을 차차 내려 부르는 방식)을 그대로 적용했다.
P2P 랜딩 프로토콜 출시 후 블러가 오픈씨를 제치고 거래량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점유율을 빼앗긴 오픈씨는 제로 로열티라는 방법을 지난주 발표했다. 로열티는 NFT를 최초로 민팅한 창작자가 거래가 발생할 때마다 얻는 수수료다. 거래당 5~10%의 로열티를 받는다. 오픈씨는 이를 폐지함으로써 소비자가 결제하는 최종 NFT 결제액을 타 거래소 대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했다. 블러로부터 빼앗긴 NFT 거래자들을 가져오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사 작성 시점인 8월 21일 기준까지도 블러의 거래량이 오픈씨의 2배 이상이다.
디파이라마 기준 지난 7일간 블러의NFT 워시 트레이딩(자전 거래) 비율은 19.63%로, 자전 거래량을 유의해야 한다.
# NFT 비즈니스, 한계를 뛰어넘어야
기존 NFT 블루칩들이 이더리움 체인에서 바로 민팅했다. 디랩스는 달랐다. 이더리움보다 거래량이 적은 체인에서 팬덤을 확보하고, 거래량이 많은 이더리움 체인으로 옮겨 가격 상승에 탑승하는 전략을 선택했다. 첫 전략은 성공적이었지만 마이그레이션 이후 사업 모델을 확장하는데 한계에 부딪쳤다.
NFT 비즈니스의 사업 모델은 크게 두 가지다. 아트 퀄리티를 통한 IP(지적 재산권) 사업 확장, 실물화를 통한 유틸리티 확보다.
NFT에 자금이 지속적으로 유입될 경우, NFT 프로젝트들은 다양한 기업들과 협업할 가능성이 커진다. 유틸리티(실생활 활용)과 IP 비즈니스에서도 활기를 찾을 수 있다. 게임 사업 진출 등을 도전해 볼 수 있다. 또한 NFT 비즈니스에서 그치지 않고 더 큰 사업을 도모할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이 커진다. NFT 마켓플레이스들도 거래 수수료를 통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현재 NFT 시장은 혹한기다. 자금이 메마른 지금, NFT가 주요 모델인 프로젝트들은 기존 사업 모델(BM)을 넘어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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