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유용훈특파원) 암호화폐 시장이 4월의 반등세를 일시 접고 숨을 고르고 있는 가운데 대표적인 월가 투자자들과 성공한 기업인들 사이에서 암호화폐 가치와 관련한 논쟁이 한창이다.
갈길이 바쁜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자들에게는 이들의 논쟁이 그저 관전 포인트로 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이들의 발언으로 실제 가격이 출렁거리는 현실적 이유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섣불리 방향성을 결정하기 힘든 시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같은 관심사를 반영하 듯 언론들도 앞다퉈 이들의 발언 내용을 헤드라인으로 실시간 중계하고 있다.
우선 크립토코인뉴스(CCN)은 8일자 기사에서 백만장자인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와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을 비교해 눈길을 끝다.
백만장자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있지만 연령대로는 40대와 80대로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보는 시각만큼이나 의 큰 차이가 난다.
특히 이 둘간의 논쟁이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됐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지난 주말 이들이 보인 설전은 시장참여자들은 물론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머스크는 테슬라의 1분기 실적 컨퍼런스 콜에서 테슬라의 부진한 실적을 설명하기 보다는 버핏 하면 동의어로 여겨지는 ‘경제적 해자(economic moats)’에 대해 비판했다. 살시 해자란 뜻은 적의 침입을 막기위해 성 주변을 둘러싸게 만든 연못을 의미하는데 버핏이 1980년대에 경제적 의미로 사용했다. 한 기업이 경쟁사들로부터 보호받는 독점적 경쟁력이란 의미로 경제적 해자를 설명한 것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확고한 ‘진입장벽’ 혹은 기업의 장기적 가치 척도로 보기도 한다.
머스크는 “해자는 설득력이 없는 이론”이라며 “적의 침공에 대비하기 위해 가진 것이 해자뿐이라면 방어자는 오래 버틸 수 없다. (해자는) 혁신의 속도를 감안한다면 경쟁력의 펀더멘털적 요소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버핏은 버크셔 헤서웨이 연례 주주총회에서 당돌한 이 젊은 동료에게 “(우리는) 분명 자신의 해자를 개선하고 보호하는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엘론은 아마도 어떤 곳에서는 이같은 생각을 뒤집는 경향이 있는 것 같으며, 엘론이 우리를 캔디가 있는 곳으로 이끌려고 하는 것 같지 않다”고 비꼬았다.
주말 설전처럼 이들 두 인물의 평가도 아주 상반된다. 우선 머스크는 자의는 아니더라도 지난해 친구가 선물한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듯이 우주탐험 기술과 비트코인에 처음 사용됐던 C++ 소스코드에 지식이 있다는 이유로 머스크가 미스테리한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라는 소문까지 일었다. 물론 이같은 소문이 이후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버핏은 CNBC가 지적하듯 2G 폴더폰을 사용하는 등 신기술 반대론자에 가깝다. 버핏의 IT 주식에 대한 시각은 뒤늦게 개발된 것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버핏의 시각은 지난 주말 주주총회에서 ‘비트코인은 쥐약”이라고 말 처럼 아주 부정적이다.
여기에 또 다른 인물들이 비트코인과 관련해 대조를 보이고 있다. 바로 펀드스트래트의 톰 리 대표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다.
월가의 유일한 암호화폐 전문 분석가인 톰 리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낙관론자로 일찌감치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중반까지 2만달러, 연말까지 2만 5000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며 지난 4월 반등세를 주도했다.
이런 톰 리는 비트코인이 최근 수일동안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다음 주부터 뉴욕에서 열리는 ‘비트코인 컨센서스 컨퍼런스’ 이후 가격이 다시 반등할 것으로 전망, 눈길을 다시 한번 끌었다. 톰 리는 지난해 컨퍼런스 기간 동안 비트코인이 69% 상승했고, 컨퍼런스 이후 누적 상승폭이 138%에 달했다며 올해도 지난해와 비슷한 패턴이 이어져 연말까지 비트코인 가격이 더 강력하게 상승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일부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규제하는 안에 대한 논의가 암호화폐의 수요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는 비트코인에 대해 혹평, 암호화폐 시장에 부담이 됐다. 전일(7일) 빌 게이츠는 CNBC에 출연,”만약 비트코인에 투자한다면 숏(매도) 포지션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가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자산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비트코인 투자가 전형적인 ‘더 바보 이론(greater fool theory: 가치가 고평가됐지만 더 어리석은 자가 구입할 것으로 믿는)’과 같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게이츠의 이같은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비트코인 초기 투자자이자 제미니의 창업자인 타일러 윙클보스는 곧 바로 트위터에 “그렇다면 비트코인 선물을 통해 가격 하락에 쉽게 베팅할 수 있다”며 즉각 반발했다.
사실 누구의 말이 더 정확한 판단인가는 시간이 답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다만 이들의 논쟁이 더 깊어지고, 더 확산되면 될수록 투자자들의 근심과 주름이 그만큼 더 늘지는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