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중국의 부동산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로 ‘중국판 리먼 사태’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이달 우리 기업의 중국 수출 실적이 약 27% 감소했다. 중국은 우리 주요 수출시장인 만큼 연내 수출 플러스 전환에 빨간불이 켜지는 것 아닌지 주목된다.
22일 관세청이 발표한 지난 2023년 8월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수출은 279억 달러(약 37조4557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6.5% 감소했다. 수입도 27.9% 줄어든 314억 달러(약 42조1545억원)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무역수지는 35억6600만 달러(약 4조7873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9% 악화된 수치다. 적자는 이를 포함 올초부터 284억400만 달러(약 38조1323억원) 누적됐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2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10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에도 수입 감소가 겹쳐 만들어진 ‘불황형 흑자’란 지적도 있었지만, 나름 흑자였던 지난달과 달리 부동산 리스크 여파로 이달 말 기준 적자로 돌아서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이달 1~20일 주요 국가별 수출 실적은 홍콩(36.9%)을 제외하고 모두 감소했다. 중국 수출은 58억6800만 달러(약 7조8777억원)로 전년 동기대비 27.5% 감소했다. 이 밖에 싱가포르(-36.9%), 대만(-35.9%), 말레이시아(-25.1%), 인도(-14.1%), 일본(-9.6%) 순으로 감소했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로 시작된 이번 부동산 리스크가 유동성 위기를 촉발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만 지난 2021년 중국에서 발생했던 ‘헝다 부동산 리스크’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헝다 부도의 경우 정책당국이 과도한 부채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규제하고 산업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과정이었지만, 이번에는 리오프닝(경제재개)과 정부의 부양책에도 중국 내 주택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면서 생긴 결과”라며 “향후 중국 부동산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지 못하면 더 많은 개발사가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발 금융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성연주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문제가 불거진 일부 부동산 대형 기업들은 지난 2021년 부동산 리스크였던 헝다 사태 때부터 신용리스크 우려가 있었다”며 “이는 중국 부동산 대기업 전반적인 리스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 경기 둔화로 이어지면서, 우리 수출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성 연구원은 “지난 15일에 발표된 중국의 7월 경제지표도 전반적으로 지지부진했다. 7월 소매판매는 618쇼핑축제 영향과 디폴트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소비심리 위축 영향이 컸다”며 “앞으로 중국 경기 회복 속도는 지연되고 부양정책 강도는 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를 비롯한 해외 금융시장의 우험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앞으로 중국의 저성장이 장기화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기 성장에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관련 산업에 부정적인 파장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로 인해 정부에서 수출 플러스 전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홍배 동의대 무역학과 교수는 “미-중 갈등과 리오프닝 효과가 지지부진하게 나타나는 상황에서 부동산 디폴트 문제까지 겹친 만큼 중국의 내수 경제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제조업과 첨단 산업은 물론 소비재까지 중국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한편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20일까지 품목별 주요 수출액은 선박(54.9%)와 자동차(20.2%), 무선통신기기(6.1%)를 제외하고 모두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21억1900만 달러(약 2조8451억원)를 기록했다.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달 말 기준 올해 416억 달러(약 2조8451억원)를 기록하며 수출 사상 최단 기간에 4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앞선 최단 기록을 약 3개월 단축한 데 이어 또 증가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자동차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 수출액은 7.2% 감소했다.
이 밖에 반도체(-24.7%)와 컴퓨터주변기기(-32.8%), 정밀기기(23.4%), 철강제품(-20.5%), 석유제품(-41.7%) 등 두자릿수 약세를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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