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당분간 금리를 어떻게 운용할지에 대해서는 금통위원 모두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봤다.”
“물가 목표가 2%로 충분히 수렴하고 있는 과정에 도달했다는 확신이 들 때 (금리 인하를) 논의할 것.”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에서 4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향후 추가 인상 여지를 열어둔 발언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금리 동결로 금리 긴축 사이클 종결과 금리 인하 기대가 번질 경우 통화정책 효과를 반감시킬수 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매파적(통화긴축신호)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월 금통위에서는 이 총재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에 대해 시장의 관심이 쏠려있다. 어느 때보다 동결 전망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창용의 발언이 향후 통화정책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10일부터 16일까지 채권 보유·운용 관련 종사자(53개 기관·100명)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92%는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경기 부진과 한미 금리차 역전 확대를 비롯해 가계부채 급증세 등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난감한 상황에서 한은이 기존 금리를 유지하며 대내외 변수를 관망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에도 이 총재가 추가 인상 여지를 남기는 매파적 메시지를 시장에 던질 것으로 관측한다. 금리 인하 기대감을 사전에 차단해 외환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증가세의 사전 차단을 위해서다.
현재 미국의 경제 지표 호조와 연준의 긴축 시사에 외환 시장에서는 환율이 출렁이고 있다. 원·달러는 지난 21일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하며 고공행진 중이다. 한달 새 오름폭은 80원을 넘나든다.
한미 금리차가 확대에 대한 경계심을 낮춰 환율 안정을 꾀하고, 자본 유출 우려를 낮추기 위해 긴축을 시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현재 대외 금리차는 2.0%포인트로 역사상 가장 차이가 크다.
치솟는 가계부채도 긴축 메시지의 이유로 거론된다. 부동산에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올해 7월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잔액은 1068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금리 인하 기대가 확산되면 가계대출이 더 불어날 우려가 높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103%로 주요 OECD 43개국 중 세 번째로 높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를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 80% 수준으로 축소해 나가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물가도 여전히 안갯 속이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6월(2.7%)과 7월(2.3%)에 걸쳐 2개월 연속 2%대를 보였지만, 최근 들어 국제유가와 농수산물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다만 매파적 메시지만을 강조하기에는 예상보다 더딘 경기 부진이 변수다. 하반기 우리 경기 회복의 열쇠였던 중국의 경기가 부진하면서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춰 야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금리를 올려야 할 정도로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시급한 것도 아니고, 가계부채와 미국 추가 긴축 여부 등을 지켜보기 위해 동결에 나설 것”이라면서도 “경계심을 높이기 위해서 긴축을 시사하는 발언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 연준의 추가 긴축 우려가 불거지고 있으나, 중국 경기 불안 등을 감안할 때 추가 인상보다는 동결로 대응할 것”이라면서 “다만, 최근 미 연준의 긴축 우려를 감안하면 한국은행도 매파적인 톤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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