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 새 수장을 맞이하면서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전향된 정책이 마련될지 주목받고 있다.
지난 8일 취임식을 가진 윤석헌 금감원장은 암호화폐 거래와 관련해 긍정적 소신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행정인사혁신위원회 위원장 재임 당시 거래소 폐쇄와 관련해 무조건적 규제 움직임을 경계하며 암호화폐 시장은 관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윤 원장은 과거 법무부 주도의 암호화폐 거래소 폐쇄안에 대해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소를 강제로 폐쇄하면 미충족된 투자, 투기 수요를 감당할 방법은 무엇이겠냐”는 발언도 내놨다.
그는 “정부가 화폐도 아니고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가격 급등락에 비춰 금융자산이 아니라는 입장은 동의하기 힘들다”며 “금융 분야에서 블록체인 등 미래의 기술 발전은 새로운 기회와 위협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해 쓴 소리를 쏟아냈다.
이는 주요국의 암호화폐 규제와 통하는 측면이 있다. 암호화폐는 지급수단과 투자 자산으로서의 성격이 혼재돼 법적 성격을 일률적으로 정하기 어려운 만큼 부작용을 최소화 하는 쪽으로 대응한다는 게 주요국 입장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7 지급결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을 제외한 주요국들은 암호화폐 관리 방향을 ▲투자자 보호 ▲범죄·자금세탁·테러자금 이용 등 불법행위 방지 ▲공정 과세 등 시장 내 질서에 초점을 두고 있다.
전임 최흥식 원장의 “거품이 확 빠질 것, 나와 내기해도 좋다”는 ‘암호화폐 거품’ 발언으로 곤혹을 치룬 암호화폐/블록체인 업계는 이러한 윤 원장의 행적에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ICO(코인 공개상장)이나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이해도가 반영된 발언이라는 평가다.
한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는 암호화폐나 거래소가 제도권 편입을 전제로 한다는 감독기관 수장으로 정책을 이어가야할 위치인 만큼 우리 입장에서는 앞선 금감원장에 비교할 때 진일보한 인사로 보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여기에 6.13지방선거를 앞두고 제주, 부산, 경기도 등지 유력 후보들이 규제에 가로막힌 블록체인 육성을 내세우며 ‘블록체인 특구’ 조성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어 신임 금감원장 취임과 함께 정책전환의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아이뉴스24 주최로 지난 3월 열린 IT전략포럼서 보인 업계 민의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을 홀대해서는 인터넷 강국의 미래는 없다는 것이었다. 제1의 인터넷 진흥 정책을 펼쳐 한국이 IT강국이 됐다면 제2의 인터넷으로 불리는 블록체인을 육성해야만 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 전환을 촉구했다. 물론 합법화를 전제로 한 투자자 보호와 시장 질서를 위한 엄격한 적정·적법 기업 선정과 관리 기준 마련도 필요하다.
일단 윤 원장은 언론과의 첫 대면에서 암호화폐 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유보적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암호화폐 문제는 1차적으로 금융 감독에서 다룰 이슈는 아니다”면서도 “좀 더 공부를 하고 추후 입장을 밝히도록 하겠다”며 여운을 남겼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윤 원장의 과거 발언에 업계가 주목하는 이유는 ‘장려’와 ‘규제’ 선상에서 갈팡질팡하는 정책이 부른 혼선을 정리할 조언자로서 역할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아이뉴스24 유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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