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미디어 정아인 기자] “온체인 분석가가 많아져야 시장이 더욱 투명해질 수 있습니다.”
조재우 한성대 교수는 테라-루나 사태 때 온체인 분석으로 이름을 알렸다. 한성대 블록체인 연구소장으로 활동하면서, 엑스(트위터)를 통해 분석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조 교수는 8월 초부터 페이스북 출신 개발자들이 만든 수이(SUI)의 유통량 문제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수이 재단의 코인이 특별한 락업 없이 대규모로 이동했으며, 스테이킹 보상을 받고 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조재우 교수에게 온체인 분석이 중요한 이유와 수이 유통량 문제 등을 질문했다.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다.
Q. 블록체인과 온체인 데이터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무엇인가?
블록체인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건 2013년 말이다. 당시 채굴이 한창 유행이었다. 비트코인이라는 새로운 존재와 채굴이라는 과정에 매료되어서 블록체인에 빠져들었다.
온체인 데이터는 스팀잇에서 증인(벨리데이터)을 하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에서 일어나는 활동을 분석하기 위해 토크노믹스와 온체인 데이터를 연구하고 분석하게 됐다.
작년 테라 사태를 계기로 온체인 데이터의 역할을 통감하며 좀 더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연구, 분석하고 있다.
Q. 온체인 분석을 위한 도구나 플랫폼은 어떤 걸 사용하나?
쓸 수 있는 도구는 다 사용하는 편이다. 그중 가장 많이 사용하는 건 플립사이드 크립토(Flipside crypto)다. 온체인 데이터가 SQL 데이터베이스로 정리되어 있어 활용성이 좋다.
필요한 경우, 직접 블록체인 API를 따서 코딩하기도 한다. 추후 SQL 데이터베이스를 직접 만드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Q. 각 체인이 제공하는 익스플로어보다 본인만의 툴을 사용하는 이유는?
블록 익스플로어는 대량의 데이터를 분석하거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때는 한계가 있다. 하나하나 클릭해서 들여다보려면 시간이 지나치게 많이 걸린다.
분석의 효율성과 전체적인 흐름을 잡기 위해서 여러 툴을 사용하고 있다.
Q. 블록체인은 투명하다. 즉 누구나 온체인 분석이 가능하고, 자금 추적이 가능하다. 온체인 ‘애널리스트’가 필요한 이유는?
누구나 볼 수 있는 자료이지만 아무나 해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온체인 애널리스트가 필요하다. 훈련 받지 않은 사람이 온체인 데이터를 보면 의미 없는 문자와 숫자가 나열 되어있는 것처럼 보일 뿐이다.
온체인 애널리스트는 블록체인 데이터를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Q. 온체인 애널리스트들이 양성되면 블록체인 시장이 활성화될까?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온체인 애널리스트들이 많아지면 시장에 대한 감시와 자율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 이는 블록체인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여 장기적으로 블록체인을 활성화될 수 있다.
Q.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의 코인 유통이 늘 논란이다. 제재나 규제기관이 없기 때문이다. 재단이 마음먹고 코인을 몰래 팔고자 하면 추적이 사실상 어렵다. 믹싱 기법을 쓴 곳도 있다. 전문가가 아니면 추적이 안된다. 감시하거나 예방할 방법이 없다?
이상적으로는 코인 발행과 처분을 마음대로 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게 좋다. 스마트컨트랙트나 블록체인 코드 등으로 유통량이 조절되도록 하면 가능하다. 만약 이게 되지 않고 믹싱까지 들어간다면 추적은 쉽지 않다.
그러나 예방 측면에서 본다면 온체인 전문가들이 코인이 믹싱되거나, 재단이 마음대로 유통하는 부분을 초기에 발견하고 시정토록 요구할 수 있다.
Q. 수이 유통량이 논란이다?
수이는 초기투자자 물량과 재단 물량을 프로그램으로 잠가 놓지 않고 스테이킹을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발생한다.
첫째, 유통량 조절을 재단이나 초기 투자자들의 양심에 맡겨야 한다. 코인이 이들 개인 지갑에 들어있기 때문에 이들이 양심을 속이거나, 지갑이 악의적인 내부자 등에게 노출되면 언제든지 덤핑이 될 수 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겨 놓은 셈이다. 과거 아비트럼에서 유사한 구조로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수이도 이런 측면에서 언제든 초기 투자자나 재단 물량이 갑자기 덤핑 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수이 재단이 자체 발행 코인을 스테이킹에 활용해 수익을 얻고 있다. 재단이 가지고 있는 미유통 물량은 어떠한 경제적 용도로도 활용되어서는 안 된다. 경제적 용도로 활용되는 순간 시장에 영향을 주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단이 초기에 자체 발행한 50억 개 이상의 물량을 스테이킹해서 보상을 얻고 있다는 점은 유통량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재단이 지금까지 가져간 있는 1억 개 가까운 보상은 사실 일반 투자자들에게 돌아갔어야 할 물량이다.
수이 재단은 자체 발행한 코인을 스테이킹에 활용함으로써 정당한 시장가격으로 코인을 구매하고 스테이킹한 투자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보상을 빼앗고 있는 셈이다.
Q. 코인 투자자들은 단순히 코인이 락업 돼 있다고 하면 코인이 매물화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이의 경우 락업된 물량 중 상당 부분이 스테이킹을 통해 보상받고 있다.
보상 코인은 매물화 위험도 있다. 재단이 락업 뿐 아니라 스테이킹, 스테이킹 보상에 대해서도 공시해야 하지 않나?
스테이킹이나 담보대출 등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으로 사용된 물량은 유통량으로 공시해야 한다. 보상 코인에 대한 공시는 부차적인 문제라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락업을 가장한 스테이킹 보상 챙기기가 우선 근절되어야 한다.
Q. 수이는 디파이 프로토콜 무브엑스(MovEX)에 보조금(그랜트)으로 제공한 코인이 락업되지 않고 무단으로 유동화됐다. 이후 해명을 통해 ‘적절한 커스터디언’에 코인을 맡겼다고 했다. 커스터디언에게 코인을 맡기는 것도 락업이라고 볼 수 있나?
커뮤니티나 투자자들은 재단-무브엑스-커스터디언 사이의 계약 내용을 모르고 있으니, 언제든 다시 매물화 될 위험이 있는 것 아닌가? 해당 커스터디언도 비공개로 한 것도 의문이다.
이슈가 제기된 이후 무브엑스가 7월 3일에 0x1b9607925bbda2f41507ce7d9f34ead06f347ae78db566d7f16b61f3ca0b7585 주소로 250만 개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이 계정 또한 락업이 아닌 일반 보관을 하고 있다.
계약위반에 따른 패널티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계약을 위반해도 충분히 경제적 이익을 얻을 동기가 있다면 비슷한 상황이 또 벌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Q. 최근 월드코인(WLD) 관련 게시물을 자주 포스팅한다. 월드코인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기본소득이나 제3세계에 대한 비전은 좋으나 토크노믹스 구조나 온체인 상 흐름을 보면 벤처캐피탈(VC)들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기존 코인의 구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사람들이 관심을 많이 갖는 코인이기에 더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더 신중하게 살펴보고 있다.
Q. 현재 블록체인 시장은 침체기다. 향후 시장을 어떻게 보는가?
블록체인은 그리 길지 않은 역사다. 그럼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그때마다 살아남았다. 이번에도 지독한 침체가 지속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는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블록체인 시장이 자정작용을 하지 못한다면 블록체인의 탄력 회복성은 언젠가는 큰 위협을 받을 수 있다. 각자가 각별히 주의하고 깨어 있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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