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시스]용윤신 기자 = 물가는 오르고 소득은 줄면서 저소득층 지출이 13분기 만에 쪼그라들었다.
25일 통계청 2023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소득 하위 20%의 가계지출은 전년 동기대비 0.6% 줄었다. 이는 코로나19가 최초로 발생한 지난 2020년 1분기(-9만1200원·-7.1%) 이래 13분기 만이다.
전체 가계지출 증가율 평균이 4.1%를 기록한 가운데 가계지출을 줄인 계층은 하위 20%가 유일하다. 2분위는 1.6%, 3분위 1.9%, 4분위 4.5%. 5분위 6.9% 지출을 늘렸다.
1분위 소비가 줄어든데는 비소비지출(-8.3%)이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다. 비소비지출은 경상, 비경상조세와 연금, 사회보험료, 이자비용, 가구간이전지출, 비영리단체로의이전 등이 포함된다.
이 중 축의금·조의금 등을 포함하는 가구간이전지출을 전년 동월대비 1만3260원(16.0%) 줄였다. 2분기 지출은 6만9724원을 기록했다.
1분위 내 사회보험을 가입하지 않는 비근로자 비중이 늘면서 사회보험도 전년대비 8854원(26.2%) 감소한 2만4954원에 그쳤다. 근로자의 경우 사회보험 의무가입 대상자가 많아 근로자 비중이 늘면 사회보험 지출이 증가한다. 반면 근로자 비중이 줄면 사회보험 지출이 줄어든다.
소비지출 중에는 식료품·비주류음료에서 지출을 3.2%(7904원) 줄였다. 가계동향 조사에서 소비지출은 총 12개로 분류된다. 소득이 낮을수록 식료품·비주류음료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
식료품 가운데 곡물(-1278원·-8.1%), 육류(-2446원·-7.2%), 신선수산동물(-2022원·-13.0%), 유제품및알(-1096원·-5.5%), 과일및과일가공품(-1065원·-4.3%), 당류및과자류(-1058원·-7.0%) 등에서 지출감소가 두드러졌다.
통계청 관계자는 “식료품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저소득층이 소비를 줄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기저효과로 가정용품·가사서비스 지출도 21.2%(1만2430원) 줄었다.
구체적으로 가구및조명(-3877원·-47.7%), 가종용섬유(-1227원·-30.3%), 가정용공구및기타(-1307원·-36.1%), 가사서비스(-3927원·-41.6%)에서 감소폭이 컸다.
반면 연료비(6971원·12.8%)와 실제주거비(6514원·6.5%) 등 상승 영향으로 주거·수도·광열 소비는 7.5%(1만6662원) 상승했다.
저축이나 자산구입, 부채 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는 ‘흑자액’은 490원 증가했으나 총 28만1327원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소득 상위 20%에 해당하는 고소득층의 소비지출은 3.9% 증가했다. 단체여행비가 202.7% 증가하면서 오락·문화 지출을 4만9025원(14.8%) 대폭 늘렸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이 11만8187원(68.0%) 급증하면서 비소비지출이 26만6718원(13.4%) 증가했다.
다만 고소득층의 지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전체 소비지출의 증가 폭은 잦아드는 추세다. 올해 2분기 소비지출 증가폭(2.7%)은 2021년 1분기(1.6%) 이후 가장 낮았다.
물가수준을 반영한 2분기 실질 소비지출은 전년동기대비 0.5% 감소했다. 이는 2020년 4분기(-2.8%) 이후 10분기 만에 마이너스(-) 전환이다.
지난 2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479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8% 감소했다.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은 3.9% 감소했다. 이는 가계동향조사에 1인 가구를 포함하기 시작한 2006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든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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